[3·1운동 90돌]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13, 14일 국제학술회의

  • 입력 2009년 2월 9일 02시 59분


1919년 3월 1일 경성부청(현 서울시청) 앞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나라의 독립을 외치며 만세를 부르고 있다. 3·1운동은 일제의 강압적인 무단통치에 대한 반발 등으로 일어났으나 인류 보편의 이상 실현과 평화주의를 이념으로 내세웠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919년 3월 1일 경성부청(현 서울시청) 앞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나라의 독립을 외치며 만세를 부르고 있다. 3·1운동은 일제의 강압적인 무단통치에 대한 반발 등으로 일어났으나 인류 보편의 이상 실현과 평화주의를 이념으로 내세웠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문명주의 관점서 침략주의 경고”

“약육강식론 넘어 인류 공영 추구”

민족주의 시각 벗고 세계사적 흐름에서 3·1운동 조망

3·1운동 90주년을 맞아 3·1운동을 동아시아와 세계사적 흐름에서 조망하는 학술회의가 열린다.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은 13, 14일 서울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1919년: 동아시아 근대의 새로운 전개’를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연다.

미야지마 히로시 동아시아학술원 교수는 미리 배부된 논문 ‘민족주의와 문명주의-3·1운동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위하여’를 통해 문명주의(인종 언어의 개별성을 초월해 보편 이상의 실현을 추구) 관점에서 3·1운동을 조망한다. 조선의 성리학이 국가 이념의 지위를 얻은 이래 이어져온 문명주의 전통이 3·1운동으로 계승됐다는 분석이다. 1919년 3월 말 결성된 독립운동단체인 조선민족대동단(朝鮮民族大同團)이 두 달 뒤 배포한 ‘일본 국민에 고함’이라는 문서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대동단은 ‘3·1독립선언서의 독립 선포가 공존공영의 지성에서 나온 것이며 (일본과의) 역사적 감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고 강조하고 일본 국민의 맹성(猛省)을 촉구했다”며 “이는 일본을 배척한 게 아니라 오히려 설득하며 일본의 침략주의가 자기멸망의 원인이 될 것임을 경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대동단이라는 이름도 유교의 이상사회인 ‘대동’을 의식한 것인데, 이것이야말로 문명주의자의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했다.

권보드래 동국대 교양교육원 교수는 ‘진화론의 갱생, 인류의 탄생: 1910년대의 인식론적 전환과 3·1운동’에서 19세기 약육강식의 사회진화론에 대한 비판과 성찰을 통해 조선의 지식인들이 얻은 보편주의적 관념이 3·1운동 이념을 형성하는 기반이 됐다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3·1독립선언서에서 천명한 ‘인류의 공존동생(共存同生)’이라는 말은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의 민족자결 선언뿐 아니라 제1차 세계대전에서 드러난 서구 문명의 야만성과 20세기 초 일본 지식계에서 논의된 인류 공존의 가치를 조선의 지식인들이 새롭게 인식한 데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윤해동 동아시아학술원 인문한국(HK)연구교수는 ‘무단과 문화의 사이-3·1운동과 식민지근대(성)’에서 일제 무단통치가 3·1운동의 근본적 원인이 됐지만 3·1운동이 사회적인 저항운동으로 확산된 것은 일제에 생산수단을 빼앗긴 농민들이 반발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조선총독부가 삼림령과 임야조사사업을 통해 공유지였던 삼림을 대대적으로 국유화하면서 나무를 베고 산을 개간해 농사를 짓던 농민들의 빈곤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이레즈 마넬라(역사학) 하버드대 교수는 ‘동아시아에서 윌슨주의의 맥락: 세계사적 시각에서 본 3·1운동’에서 3·1운동을 1919년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던 식민지 피지배 국가의 저항운동인 이집트와 인도의 독립운동, 중국의 5·4운동과 비교했다. 그는 외적 요인으로만 분석한다면 이집트와 인도, 중국은 제1차 세계대전과 민족자결주의의 영향이 겹쳐 독립운동이 일어났으나 한국은 전쟁이 아닌 민족자결주의의 영향만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학술대회에서는 광복 이후 3·1운동의 상징성을 대표하려는 사회 각 세력의 경쟁을 분석한 임종명(사학) 전남대 교수의 ‘탈식민 남한, 3·1의 표상과 경쟁, 그리고 설립 초기 대한민국’, 5·4운동과 세계사적인 식민지 저항운동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한 레베카 칼 뉴욕대 교수의 ‘1919년 이후 세계사가 쓰일 수 있는가’ 등 모두 11편의 논문이 발표된다.

동아시아학술원장인 임형택(한문교육) 성균관대 교수는 기조발제문에서 “이번 학술대회는 3·1운동이라면 당연시돼 왔던 민족주의에 기반을 둔 일국사적 인식과는 다른 방향에서 비교사적 분석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