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엔 벌써 봄기운… 동심은 이미 초록

  • 입력 2009년 2월 4일 03시 01분


아파트 베란다 정원 만들기

날씨가 풀리면서 서서히 봄의 기운이 느껴진다. 이맘때가 되면 푸릇푸릇 돋아나는 자연의 생명력을 실내에서도 느끼고 싶어진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베란다에 정원을 꾸밀 수 있다. 지금쯤 베란다 정원을 만들면 봄과 여름 동안 아파트 안에서 싱그러운 자연을 한껏 즐길 수 있다.

주부 유다경(48) 씨의 아파트 베란다는 다양한 식물로 가득하다. 그는 시간 날 때마다 자녀들과 함께 베란다에 나가 식물을 돌본다.

온라인 원예 커뮤니티 ‘올빼미 화원’을 운영하는 유 씨는 “베란다 정원의 가장 큰 즐거움은 아이들의 긍정적 변화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 흙 - 식물 통해 풍부한 감성 길러

유 씨는 5년 동안 온라인 원예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베란다 정원 덕분에 아이들이 달라진 사례를 수없이 접했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은 주의력과 인내력이 부족합니다. 화초를 기르려면 오랫동안 차분히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끈기를 배울 수 있습니다.”

게다가 흙과 식물을 가까이 접하다 보면 책이나 일반 놀이치료로는 얻을 수 없는 풍부한 감성과 정서를 갖게 된다.

유 씨는 게임이나 TV 시청 시간을 줄이고 정원에서 식물을 가꾸는 데 재미를 붙인 아이들이 대견스럽다.

베란다 정원을 만들려면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유 씨도 처음에는 집안 내부 구조나 식물 종류를 생각하지 않고 무턱대고 베란다 정원 만들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는 “베란다에 심을 식물을 선택하기 전에 꼼꼼하게 집안 환경을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먼저 베란다에 들어오는 햇빛의 양을 관찰해야 한다. 햇빛은 아파트 층수와 방향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또 겨울에 베란다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지는 않는지, 하루 종일 통풍을 시킬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이에 따라 기를 수 있는 식물의 종류가 달라진다.

○ 저층엔 통풍 약해 야생화 부적당

맞벌이 부부만 사는 집이라면 낮 동안 창문을 닫아 두어야 하기 때문에 통풍이 중요한 야생화는 기르기 힘들다.

베란다 확장공사를 한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겨울에 창문을 열어 둘 수 없으므로 키울 수 있는 식물의 종류가 제한된다.

자주 창문을 열기 힘든 상황이라면 비교적 따뜻한 온도에서 잘 자라는 관엽식물을 키우는 것이 좋다.

반면 햇빛이 많이 들고 통풍이 잘되는 집이라면 허브식물, 야생화, 관엽식물, 채소 등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키울 수 있다.

가정에 자녀가 있다면 봄에 토마토, 피망 모종을 사다 심으면 자연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유 씨는 “전셋집에 살거나 잦은 이사 때문에 화단을 설치하기가 부담스럽다면 화단에 직접 식물을 심지 않고 화단 위에 화분을 올리는 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면 화단 설치와 철거가 비교적 쉬우며, 그냥 바닥에 화분을 두는 것보다 공기가 잘 통하고 물 빠짐도 원활해 식물이 잘 자란다.

○ “실내 면적 10% 이상 식물로 채워야”

인터넷 블로그 ‘민트 가든’을 운영하는 김미정(37) 씨는 3년 전부터 베란다 정원 가꾸기에 푹 빠졌다. 날씨가 좋은 주말에는 남편과 함께 베란다 정원에서 모닝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김 씨는 처음에는 탁한 실내공기를 정화하기 위해 정원을 꾸미기 시작했다. 요즘 자녀의 아토피 피부염을 치료하기 위해 실내에서 식물을 키우는 것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

김 씨는 “공기정화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실내 면적의 10% 이상을 식물로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화분 몇 개만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

그는 “베란다 정원을 만들면 일단 10%를 채울 수 있다”며 “이것이 망설이지 말고 베란다 정원을 만들어야 할 이유”라고 강조했다.

김 씨는 베란다에서 백문조도 키운다. 백문조는 하얀 깃털이 아름답고 움직임이 적어 관상조류로 인기가 높다.

김 씨는 베란다 정원에서 기를 식물로 수경식물과 구근식물(알뿌리식물)을 추천했다.

수경식물에는 물 칸나, 파피루스, 마디초, 물양귀비, 워터코인 등이 있다. 이런 식물을 키울 때는 항상 물을 채워 놓으면 되기 때문에 관리가 쉽고 자연 가습기 역할도 해서 일석이조다.

수선화, 무스카리, 튤립 같은 구근식물은 번식력이 강하다. 봄과 여름에 베란다에 활짝 핀 꽃을 보고 싶을 경우 적당하다.

1년 내내 꽃을 보고 싶다면 제라늄이 안성맞춤이다. 제라늄은 화원에서 구입한 후 화분에 옮겨 심으면 된다.

김 씨는 “베란다 정원은 1명이 관리하기는 힘든 만큼 가족이 모여 어떤 식물을 키울지, 누가 물을 줄지를 의논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베란다 정원 가꿀 때 주의할 점▼

1. 통풍을 위해 주간에 수시로 창문을 열어준다.

베란다 확장공사를 한 경우 겨울에 창문을 열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2. 통풍이 잘되지 않을 경우 야생화는 기르지 않도록 한다.

3. 통풍이 잘되지 않을 경우 화초를 직접 심는 것보다 흙을 섞지 않은 마사토 위에 화분만 올려놓는 것이 좋다.

4. 실내 쪽에는 카라나 민트처럼 밑으로 늘어지는 식물을 심으면 보기에 좋다.

5. 겨울에 베란다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면 야생화 외의 식물은 죽는다.

6. 식물을 심을 땐 물을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끼리 모아 심는다.

7. 물을 좋아하지 않는 식물 쪽에는 흙에 마사토를 더 많이 섞는다.

8. 식물이 자라면 빽빽해지므로 처음 심을 때 듬성듬성 심는다.

9. 창가 쪽에는 야생화를 심는다. 열대 관엽류를 창가에 심으면 겨울에 죽을 수 있다.

※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권숙희(23·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4학년), 송충만(24·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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