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픔만 넘실대는 바다, 왜 못 떠나나

  • 입력 2009년 2월 3일 02시 58분


한창훈 소설집 ‘나는 여기가…”

“지구인의 삶이라고 하면 으레 도시를 떠올립니다. 도시는 갈수록 거대해지고 많은 사람은 그 시스템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변방에서 삶의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여전히, 엄연히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중견 소설가 한창훈(46·사진) 씨의 신작 소설집 ‘나는 여기가 좋다’(문학동네)는 전남 여수시 거문도에서 나고 자란 그의 내력, 바다에서의 삶을 문학적 테마로 삼아 온 고집스러움이 묻어난다. 그의 작품에서 바다는 추상과 상징의 공간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자 생활의 일부다.

생계 수단이자 뱃사람으로서 지키고 싶었던 마지막 보루였던 선박을 남에게 팔아야 할 지경에 내몰린 섬사람들의 고달픈 삶(‘나는 여기가 좋다’), 돈 벌러 섬에 들어왔다 우락부락한 섬 사내와 뜻밖의 사랑에 빠진 다방 종업원(‘올 라인 네코’), 섬 노인들의 제주도 단체관광에서 일어난 해프닝(‘삼도노인회 제주 여행기’) 등이 구수한 입담으로 펼쳐진다.

이들의 이야기는 작가에겐 20대 시절 생계를 위해 뱃일을 직접 하기도 했던 자신의 경험이자 생생한 현장의 일상들이다.

“TV에서는 호들갑스러운 리포터들이 농촌 어촌을 찾아다니며 맛있는 것 얻어먹고 시끌벅적하게 구는 게 전부입니다. 작가들조차 물리적인 외곽과 변방, 거친 환경에 몸을 던져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갈수록 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그는 “잊혀져 가는 아웃사이더들의 삶을 독자에게 끊임없이 환기해주는 것이 나의 몫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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