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소설쓰기, 달리면서 배웠다”

  • 입력 2009년 1월 10일 03시 04분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무라카미 하루키 지음·임홍빈 옮김/280쪽·1만2000원/문학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씨에게 달리기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작가는 달리기가 소설 쓰기 이상으로 삶의 절실한 부분임을 고백한다.

‘장기 지속.’ 이 책에서 무라카미 씨가 전한 메시지를 한마디로 표현하는 말이다. 달리기는 작가가 오랫동안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소설을 진득하게 써올 수 있었던 또 다른 힘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쉬지 않고 달렸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서, 하와이 주의 카우아이 섬에서, 일본 도쿄에서 달렸다. 그것도 아주 규칙적으로 달렸는데, 2005년에는 일주일에 6일을 매일 10km씩 달렸다.

그는 쉽고 솔직한 문체로 달리기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으며 소설 쓰기와 연관시킨다. 작가가 달리기를 좋아하는 것은 팀 경기나 대항 스포츠처럼 상대를 이기기보다는 자신이 설정한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에만 집중하면 되기 때문이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그에게 판매 부수나 문학상 수상 여부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작품이 자신이 설정한 기준에 도달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는 살찌기 쉬운 체질이다. 체중이 늘지 않으려면 열심히 달려야 한다. 그 자신의 표현처럼 “골치 아픈 인생”이다. 달리기를 계속하면 살이 안 찔 뿐 아니라 신진대사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돼 몸이 건강해진다. 그런데 노력하지 않아도 살찌지 않는 사람은 운동에 신경 쓰지 않는다. 주목할 건,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쇠퇴하는 건 전자나 후자나 마찬가지라는 점. 후자는 운동에 신경을 쓰지 않은 나머지 근육이 약해지는 것을 방치할 수 있다.

소설가도 마찬가지다. 재능이 풍부한 소설가는 별 노력 없이 자유자재로 소설을 쓸 창작의 샘이 솟아난다. 무라카미 씨는 그런 부류가 아니라고 고백한다. “괭이를 손에 쥐고 부지런히 암반을 깨고 구멍을 깊이 뚫지 않으면 창작의 수원(水源)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재능 있는 소설가도 타고난 창작의 수원에만 기대고 있다가는 수원이 메말랐을 때 어찌할 바를 모를 것이라고 말한다.

달리기 연습량을 줄이더라도 휴식은 이틀 이상 하지 않는다는 작가. 연습을 며칠 쉬면 근육이 ‘어럽쇼, 이제 그렇게까지 힘쓸 필요가 없어졌구나’ 하며 긴장을 풀어 도루묵이 되기 때문이다. 소설가도 마찬가지. 재능도 중요하지만 재능을 오래 집중해서 꺼내 쓸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쓰다가 오래 쉬면 창작 능력이 신체 시스템의 기억에서 사라져 버린다.

작가는 매일 오전 4, 5시경에 일어나 3, 4시간 집중해서 소설 쓰는 일을 규칙적으로 해 왔다. 그것이 작가가 30여 년간 ‘뛰어온’ 원동력이다.

작가는 말한다. “소설 쓰기의 많은 것을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면서 배워 왔다.” 이 덕분에 “이제껏 20년 이상 선생님 소설을 읽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30대 후반의 여성 팬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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