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과 과학의 통섭…2049년의 새벽 함께 열어요”

  • 입력 2009년 1월 5일 02시 57분


테크노 스릴러 소설 ‘눈먼 시계공’ 연재 김탁환 - 정재승 교수

《소설 ‘열하광인’ ‘혜초’의 작가인 김탁환(41) KAIST 교수와 과학 베스트셀러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를 쓴 정재승(37) KAIST 교수가 5일부터 동아일보에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한 과학지식소설 ‘눈먼 시계공’을 공동 연재한다. 소설가와 과학자가 문학 콘텐츠를 함께 제작하는, 인문과 과학의 ‘창작의 통섭’을 국내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상암동 KAIST 문화기술대학원 ‘디지털 스토리텔링 랩’에서 만난 두 작가는 국내 문화계에서 처음 있는 일을 시도하는 이들치고는 여유가 가득했다. 두 사람은 “3년간 같은 연구실을 쓰며 1년 반 동안 기획한 성과물을 드디어 선보인다”고 말했다. 두 ‘작가’의 ‘새로운 세상을 여는 새벽, 아무도 밟지 않는 첫 눈밭을 가는 심정’을 들어봤다.》

“살인사건 둘러싼 미래경찰과 로봇 이야기

KAIST 공동랩 ‘3년 동거’ 끝 창작물 결실

누구나 흥미진진하게 읽을수있는 SF 될것”

―‘김탁환 정재승 교수가 함께 소설을 쓴다’는 것 자체가 신선하다. 어떤 소설인가.

▽김=2049년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추리소설이다. 첨단 뇌 과학을 이용해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미래 경찰과, 로봇들이 현재의 이종격투기를 닮은 격투기대회에 참가하는 이야기가 두 축을 이룬다. ‘테크노 스릴러’ 경향의 작품이라고 보면 된다. 제목은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에게 부치는 헌사로 그가 쓴 같은 이름의 과학서에서 따왔다. 우리가 쓰는 소설은 숨가쁜 하드보일드(Hard-boiled) 소설로 놀라운 반전이 숨어 있다.

▽정=과학소설이지만 허무맹랑한 판타지가 아니다. 시기를 2049년으로 잡은 것도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상상력을 보태려는 안배였다. 뇌 과학이나 인간을 닮은 로봇은 현재 가장 각광받는 과학 분야다. 2049년, 즉 40년 뒤라면 우리도 살아서 경험할 수 있는 미래가 아닌가. 무엇보다, 이를 통해 ‘인간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가’를 묻는 철학적 고민을 담아내려 애썼다.

―공동 창작 아이디어는 어떤 계기가 있었나.

▽김=정 교수는 평소 문학에 관심 많고, 난 과학을 좋아한다. 물론 그것뿐이면 불가능했겠지. 여러 학제 간 연구나 ‘통섭’ 프로젝트를 진행해봤지만 어떤 성과를 내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린 함께 KAIST에서 공동 랩을 운영한 지 3년이 넘었다. 그만큼 서로를 알고 신뢰한다. 그러고도 ‘피와 살을 섞는’ 기획 기간이 1년, 연재를 위해 전체 글 골격을 마련하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 힘들기도 했지만 너무나 매력적인 ‘동거’였다.

―인간의 존재를 묻는 철학적 고민이란 것은 무엇인가.

▽정=이 소설의 주제의식이 여기에 있다. 과거엔 과학기술이 인간의 생존을 위해 발전해 왔다면, 21세기의 과학은 인간의 삶이나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 뇌 과학이란 ‘인간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뇌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가를 보는 학문이다. 반대로 로봇은 인간과 최대한 가까운 존재를 외부에서 만들어보려는 시도 아닌가. 모두 인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관건이다. 이렇게 말하니, 되게 심각해 보이는데….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재미난 소설이 핵심이다. 하하.

―소설을 읽으며 미래 사회의 모습을 점쳐볼 수 있는 다양한 과학 정보도 얻을 수 있겠다.

▽김=부모가 자녀에게 권할 수 있는 유익한 소설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정보 전달은 부차적인 문제다. 과학 지식은 편안하게 스며들어 소설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이해하도록 만들겠다. 과학이나 기술이란 건 현대인을 둘러싸고 있는 하나의 생활양식 아닌가. 과학과 기술은 자연과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로, 소설의 매혹적인 소재다.

▽정=한 가지 덧붙이자면, 21세기 들어 한국 사회도 이런 과학 소재를 받아들일 문화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본다. 최근 몇 년간 복제나 광우병 등 과학이 시사적 이슈로 등장해 인식 수준 자체가 높아졌다. 소설 역시 장르와 상관없이 재밌고 짜임새만 좋으면 독자들은 받아들이는 때가 왔다. 남녀노소가 보는 동아일보라는 일간지에 SF 소설을 연재하는 것도 이런 확신 때문이다.

―미지의 역사를 연다는 의미에서도 역사소설인 것 같다.

▽김=하하, 재밌는 말이다. 의미라…. 항상 소설을 쓰며 2가지 ‘미’를 추구한다는 말을 하곤 한다. 의미와 재미. 항상 성공했다 말하긴 어렵지만, 이번처럼 흥분되는 적이 없었다. 소설이란 콘텐츠도 결국 새로운 개척, 또 다른 융합을 통해 발전한다. 하루하루 독자들과 그 첫새벽을 열고 싶다.

▽정=항상 새해가 되면 설레지만, 올해처럼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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