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을 달군 걸작 100권의 보고서

  • 입력 2009년 1월 2일 02시 59분


김탁환 교수 ‘…끼적끼적’ 독서의 즐거움 담아

책은 꿈을 요리하고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통로가 되기도 하고 일상에 숨은 비범한 요소들을 만끽하게 하기도 한다.

소설가 김탁환 KAIST 교수가 ‘김탁환의 독서열전 뒤적뒤적 끼적끼적’(민음사)에서 이 모든 독서의 즐거움에 대해 속속들이 풀어놓았다. 존경과 감탄, 질투와 시샘을 자아낼 만큼 저자의 영혼을 사로잡았던 100권의 책에 대한 기록이다.

‘소설 중독자’로 불리는 만큼 저자는 동서고금의 걸작들이 전해 주는 감동과 여운 사이를 종횡무진한다. 괴테, 로댕, 도스토옙스키의 고전부터 오르한 파무크, 오쿠다 히데오의 최근작들과 나관중의 ‘삼국지’, 조정래의 ‘태백산맥’ 등을 넘나든다.

예술과 삶을 이해하기에 책은 더없이 좋은 친구다. 저자는 작가들의 엄살과 허영을 신랄하게 짚어내며 미지의 글쓰기를 시작하라고 권유하는 폴 오스터의 ‘빵 굽는 타자기’가 소설가가 된 이후로도 글쓰기에 대한 위안과 격려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낯선 추상화를 구경하는 듯한 문장의 힘을 보여준 이제하의 ‘나그네는 길에서 쉬지 않는다’는 학창시절 어렴풋이나마 예술의 본질에 눈뜨게 해주었다.

독자가 작가로 탄생하는 순간과 작가가 작가로 완성돼 가는 순간 역시 독서에서 엿볼 수 있다. 한 권의 책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고 소설의 첫머리를 여는 오르한 파무크의 ‘새로운 인생’은 대학 신입생이던 저자가 황석영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읽으며 작가로서의 소명을 가지게 되던 순간과 겹쳐진다. 카프카의 ‘변신’은 밤을 꼬박 새우며 불안과 매혹의 글쓰기에 사로잡혀 있었던 한 작가의 영혼을 환기시킨다. 저자는 이런 불안과 매혹이야말로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일상 속에 숨어 있는 파괴와 일탈을 깨닫게 하는 책 속의 지혜,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볼 수 있게 하는 시의 마법, 현재와 미래를 조망할 수 있게 해주는 SF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대한 단평이 실려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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