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엄마를 부탁해’ 펴낸 신경숙 씨

  • 입력 2008년 11월 6일 02시 58분


“늘 주시기만 하고 희생하는 엄마…

인간으로서의 모습 궁금했어요”

엄마가 사라졌다. 지하철 서울역 북새통에서다. 각자의 일터에 흩어져 있던 가족들은 시차를 두고 소식을 듣게 된다. 엄마의 부재란 막다른 상황에 처한 가족들. 언제나 곁에 있었지만, 누구도 몰랐던 그 존재가 그제야 그들의 기억 속에서 복원되기 시작한다.

소설가 신경숙(사진) 씨가 지난해부터 계간 ‘창작과 비평’에 연재했던 작품을 묶어 신작 소설 ‘엄마를 부탁해’(창비)를 펴냈다. 5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 간담회에서 신 씨는 “엄마란 존재를 잃어버리고 사는 우리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실종이란 상황을 설정했다. 내 어머니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한 세대를 살아낸 모든 어머니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인 다급한 상황에서 출발한 소설은 엄마의 빈자리로 향하는 가족의 시선을 특유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문체로 잡아낸다. 각 장마다 딸, 큰아들, 남편이 자기 기억 속의 그녀를 떠올린다. 2인칭 주어는 독자들을 서사 속에 몰입시켜 소설 속 엄마의 딸이 됐다가 아들이 되고, 남편이 됐다가 끝에는 어머니 자신이 돼 보게 한다.

그들의 조각난 기억들이 모여 엄마의 한평생이 되살아난다. 글을 읽을 줄 몰랐지만 소설가 딸의 작품을 읽고 싶어 했던 엄마, 상경할 때면 피난 온 사람처럼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나타나곤 했던 엄마, 가족들 몰래 아프고 앓았을 엄마….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애틋한 연모의 대상이기도, 존경의 대상이기도 했을 엄마.

“고해성사를 하는 느낌으로 속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신 씨는 “우리는 엄마가 처음부터 엄마란 존재로 태어난 것처럼 오해하곤 한다. 그만큼 많은 것을 주시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에게도 어린 시절이, 소녀였을 때가, 꿈을 꾸고 절실한 감동으로 인생을 살던 시절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 인간으로서의 엄마의 모습이 다양하게 읽혔으면 좋겠어요. 책을 읽고 엄마에게 전화 한 번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면 하는 게 소박한 바람이죠. 잃어버렸다는 건 다시 찾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말이니까요.”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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