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희, 그녀는 샴페인일까? 코카콜라일까?

  • 입력 2008년 10월 21일 08시 14분


서울 오페라단의 ‘춘희’

베르디의 오페라 ‘춘희’의 원제는 ‘La traviata’이다.

프랑스의 문호 알렉상드르 뒤마2세(몽테크로스토백작, 삼총사를 쓴 뒤마의 아들)의 1848년 소설‘동백꽃을 들고 있는 부인’을 원작으로 한 오페라다. 우리나라에는 일본을 통해 들어오면서‘춘희’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이 소설은 뒤마의 자전적 청춘담이기도 하다. 마리 뒤플레시로 알려졌던, 원래 이름이 로즈 알퐁신느 플레시인 희대의 고급 매춘부를 상대로 젊은 시절을 불꽃처럼 살랐던 자신의 사랑 이야기이다.

뒤마는 마차에서 내리는 마리의 모습을 보고 그만 한 눈에 홀딱 반해버리고 말았다. 이후 극장 특별석에서 재회해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그녀가 23세의 나이로 죽을 때까지 이어졌다.

만성결핵을 앓고 있던 로즈는 뒤마에게 “저를 사랑하면 불행해질 거에요. 저는 피를 토하고 1년에 만 프랑씩 돈을 쓴답니다. 저를 사랑했던 사람들은 모두 제 곁을 떠났지요”라고 경고했다.

결국 뒤마는 로즈의 치료비를 대다 파산했다. 그는 마리가 옛 애인이었던 귀족과 결혼했을 때조차 그녀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바쳤다.

오페라는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비운의 여인 비올레타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주 내용으로 한다. 순수한 사랑을 갈구하는 파리 사교계의 여왕 비올레타는 결국 신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사랑하는 귀족 청년 알프레도의 품에서 죽음을 맞게 된다. 이 매력적인 캐릭터는 당연히 전 세계 소프라노들의 타깃이다.

소프라노계의 전설적인 라이벌인 마리아 칼라스와 레나타 테발디 역시 당대 최고의 비올레타였다. 한 번은 칼라스가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샴페인이라면 테발디는 코카콜라다”라는 극언을 해 음악계가 발칵 뒤집힌 사건이 벌어졌다. 이에 발끈한 테발디는 “내가 코카콜라일지는 몰라도 적어도 내 노래에는 심장이 담겨있다”라고 맞받아쳤다.

명작오페라에는 명품 아리아가 따르는 법. 1막 2장에서 알프레도와 비올레타가 2중창으로 부르는‘축배의 노래’는 클래식팬이 아니더라도 귀에 익숙하다. 폐병으로 죽어가는 비올레타가 알프레도가 달려오고 있다는 소식에 “너무 늦었어”하며 절망적인 심경을 노래하는 ‘지난 날의 아름답고 즐거웠던 꿈이여, 안녕’ 역시 눈물 없이 듣기 힘든 절창이다.

한국오페라 60주년을 맞아 서울오페라단이 창단 33주년 기념작으로 춘희를 무대에 올린다. 1975년 창단공연을 시작으로 정통 오페라만을 고수해 온 서울오페라단의 이번 춘희는 출연자만 250명에 달하는 대형작이다.

김인혜, 김금희, 이승희 등이 비올레타를, 박세원, 정학수, 김홍석, 김정현이 알프레도를 맡으며 서울로얄심포니오케스트라와 서울오페라단 합창단이 협연한다.

국내 오페라 가수 1·2·3세대가 함께 무대에 오르는 이번 춘희는 24일부터 30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다. 서울오페라단의 춘희는 샴페인의 맛일까, 아니면 코카콜라와 같을까?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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