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재발견 30선]<9>음식혁명

  • 입력 2008년 10월 21일 02시 58분


◇음식혁명/존 로빈스 지음/시공사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보통 어머니들은 자녀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보다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을 더 걱정했다. 전문상점에 가야만 유기농식품을 겨우 구할 수 있던 것이 바로 어제의 일이다. (…) 병원이 관상동맥증으로 입원한 환자들의 아침식사로 베이컨과 달걀, 마가린 바른 흰 빵에 잼을 제공하던 때였다. 질병을 일으키고, 자원을 고갈시키고, 동물들의 극단적인 고통을 수반하는 음식을 먹는 것을 당연시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인간과 식품, 지구의 관계를 새로 정립하는 것을 하나의 역사적 혁명이라고 생각한다.”》

건강-환경 지켜주는 채식

세계 50여 개국에 5800개 이상의 체인점을 둔 아이스크림 재벌 ‘배스킨 라빈스’의 유일한 상속자였던 저자는 아버지가 이룬 ‘아이스크림 왕국’ 계승을 거부하고 유제품과 축산물에 감춰진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환경운동가의 길을 택했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건강과 환경을 위해 육식에서 채식으로 식생활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책 중간 중간에 ‘누구의 말이 옳을까’라는 코너를 통해 육식옹호론자의 주장과 이에 반박하는 학계와 정부의 연구 결과를 나란히 제시한다.

“지방이나 육류를 포함해 그 어떤 식이적 요인도 미국에서 발생하는 암의 발생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것이 없다”는 미국 목축업자협회의 주장과 “저지방 채식 위주 식단은 심장마비 발생률을 85% 낮춰주며 암 발생률은 60% 낮춰준다”는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함께 내놓는 식이다.

또 세계암연구기금(WCRF)이 인용한 통계수치를 제시하며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채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2.5에이커(약 1만117m²)의 농경지에서 양배추를 생산하면 23명, 감자를 생산하면 22명, 쌀을 생산하면 19명이 먹고살 수 있지만 닭을 길러 고기를 얻으면 단 2명, 소를 키우면 겨우 1명이 먹을 고기가 나올 뿐이라는 것이다. 매년 굶어 죽는 인구를 충분히 먹이는 데 필요한 곡물 1200만 t은 미국인이 쇠고기 소비를 10%만 줄이면 얻을 수 있는 분량이다.

건강뿐만 아니라 환경을 위해서도 채식은 중요하다.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전환하는 것이야말로 현재 멸종위기에 몰렸거나 위협을 받고 있는 수많은 생물을 구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과 열대우림지역 등에서 멸종되는 생물이 증가하는 주요 원인은 야생동물 서식지의 파괴라고 말한다. 미국의 권위 있는 과학자단체인 ‘걱정하는 과학자 모임(UCS)’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1파운드(약 0.45kg)의 쇠고기를 생산할 때 환경에 미치는 피해가 같은 양의 파스타를 생산할 때의 20배에 이른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채식 식단을 짜는 데 필요한 도움말도 담았다. 물은 많이, 소다수는 적게, 구운 감자는 많이, 감자튀김은 적게, 통밀은 많이, 도정된 밀은 적게 등의 원칙도 제시했다.

동물의 사육환경 문제도 제기한다. 짧은 시간에 많은 고기를 얻기 위해 소와 돼지, 닭 등을 옴짝달싹하기 어려운 ‘공장식 축산시설’에서 사육하고 도살하는 것은 잔인한 일이라는 것이다. 3.5kg인 아기를 칠면조나 닭을 사육하듯 키우면 18주 만에 680kg에 이를 것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공장식 대량생산이 아니라 가족영농으로 기르고 좀 더 인간적으로 도살하는 것이 최소한의 동정심이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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