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508>羞惡足以爲義, 而義不止於羞惡

  • 입력 2008년 9월 18일 02시 59분


羞(수)는 羞恥(수치)처럼 부끄러워하다 또는 수줍어하다의 뜻이다. 羞花閉月(수화폐월)은 꽃도 부끄러워한 楊貴妃(양귀비)의 미모와 달도 숨어버린 貂蟬(초선)의 미모를 형용한 말로서 절세미인을 가리킨다.

羞(수)의 본뜻은 바치다 또는 進獻(진헌)하다이며, 음식물의 뜻도 있다. 손으로 羊(양)을 잡아 바치는 것을 나타낸 단어로, 아랫부분은 手(수)가 별나게 변한 모양이다. 珍羞盛饌(진수성찬)은 풍성한 각종의 맛난 음식, 時羞(시수)는 제사에 쓰는 제철 음식이다. 음식을 뜻하는 수(수)는 후에 만들어진 파생자이다.

惡(악)은 善惡(선악)의 경우와 달리 好惡(호오)나 憎惡(증오)처럼 미워하다의 뜻이면 ‘오’로 읽는다. 여기서의 羞惡(수오)는 부끄러워하고 미워함이다. ‘맹자’에서 “羞惡之心(수오지심)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朱子(주자)는 羞(수)는 자기의 잘못을 부끄러워하는 것이고 惡(오)는 남의 잘못을 미워하는 것이라고 풀이하였다.

足以爲(족이위)는 ‘∼이기에 족하다’ 또는 ‘∼라고 하기에 족하다’에 해당한다. 不止於(부지어)는 ‘∼에 그치지 않다’에 해당한다. 義(의)는 정의나 도덕규범에 부합함을 의미한다. ‘논어’에서는 “의롭지 않은 부귀는 내게는 뜬구름과 같다”고 했다.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니 누구나 의로움을 지니고 산다. 그러나 그 경지가 모두 같을 수는 없다. 범인의 의로움이 있고 성인의 의로움도 있다. 누구나 지녀 실천할 수 있는 의로움이지만 아무나 이를 수는 없는 지극한 경지의 의로움도 있다. 우리가 높이 칭송하는 의로움은 누구나 행할 수는 없는 경지, 그래서 더욱 소중한 의로움이다. 宋(송) 蘇軾(소식)의 ‘子思論(자사론)’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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