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가야금 명인 황병기 ‘사랑방 음악회’ 전석매진 진기록

  • 입력 2008년 8월 28일 02시 57분


21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열린 ‘사랑방 음악회’에서 가야금 명인 황병기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이 마이크를 들고 해설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국립극장
21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열린 ‘사랑방 음악회’에서 가야금 명인 황병기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이 마이크를 들고 해설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국립극장
“새가 탄생할 때 알 속에서 병아리가 부리로 쪼고, 어미 새가 밖에서 동시에 두드려야 합니다. 개량 국악기도 그렇게 탄생하는 것입니다. 전통 음악 연주에는 전통 국악기로도 완벽하지만, 새로운 창작음악이나 서양 음악과의 크로스오버가 개량 국악기를 낳게 되는 것이지요.”

21일 오후 7시 반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74석 규모의 아담한 소극장에서 황병기(72) 국립관현악단 예술감독이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그가 해설하는 ‘사랑방 음악회’는 공연마다 전석 매진 행렬을 이룬다. 한 동양화가는 ‘사랑방 음악회’에서 받은 영감을 그림으로 그려 보내오기도 했다.

이날 공연은 저음 해금, 개량 대금, 25현 가야금, 장새납(태평소를 개량한 악기) 등 개량 국악기를 이용한 창작국악곡이 연주됐다. 황 감독은 “1968년부터 개량된 국악기만 사용해 온 북한은 대금에 구멍을 여러 개 뚫어 서양의 플루트 비슷하게 만들고, 저음 해금을 서양의 첼로 비슷하게 변화시켰다”며 “반면 한국은 개량을 하더라도 악기의 모양이나 재질 등은 전통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서양 클래식 음악의 전통은 이야기 없이 음악만 들려주는 것이지만 산조나 가야금 병창 등 우리 전통음악에서는 대개 연주에 앞서 이야기를 먼저 했다”며 “가야금의 명인 심상건 선생은 늘 익살스러운 이야기로 시작해 둥둥 가야금을 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나는 해설을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며 “처음 만난 사람에게 말을 걸 듯 청중을 보고 즉흥적으로 해설해야 새롭다”고 말했다. 그의 해설 음악회는 발레 붐을 불러왔던 최태지 국립발레단장의 ‘해설이 있는 발레 이야기’와 같은 히트 상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9월 5일부터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 내 남산국악당에서 ‘황병기 명인의 산조이야기’(3월) 후속 시리즈로 ‘황병기 명인의 창작이야기’를 열 예정이다.

‘… 창작이야기’는 1960년대 초기작인 ‘침향무’부터 중기의 ‘비단길’, 후기의 ‘달하노피곰’ 등 그의 가야금 창작곡에 얽힌 사연과 함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다. 또한 대금과 거문고, 성악, 김명숙 무용단과 함께하는 공연도 이어진다. 황 감독은 1975년 초연됐던 ‘미궁’을 성악가 윤인숙 씨와 함께 직접 연주한다.

“‘미궁’은 절반만 악보로 돼 있고, 절반은 제 몸속에 있기 때문에 아무도 대신 연주할 수가 없어요. 1975년은 장발과 미니스커트를 단속할 때였는데 아방가르드 음악이던 ‘미궁’도 초연 후 연주를 금지당했지요. 그런데 2000년대 이후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며 누리꾼들 사이에서 ‘미궁을 세 번 들으면 죽는다’는 소동이 벌어졌지요.”

그는 “미술이나 문학에서 새로운 작품이 창작되는 것처럼 국악도 새로운 음악을 창작해야 한다”며 “국악은 서양의 7음계보다 적은 5음계이지만, 그만큼 여백이 넓어 한 음을 갖고도 마음껏 주무를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게 매력”이라고 소개했다.

▽사랑방 음악회=12월까지 매월 넷째 주 목요일 오후 7시 반. 2만 원, 02-2280-4115 ▽황병기 명인의 창작이야기=9월 5일∼10월 17일 금요일 오후 7시 반. 1만, 2만 원. 02-2261-0514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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