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93>小池殘暑退, 高樹早涼歸

  • 입력 2008년 8월 27일 02시 46분


池(지)는 깊지 않은 못을 가리킨다. 殘(잔)은 해치다 또는 죽이다의 뜻으로 相殘(상잔)처럼 쓰인다. 殘忍(잔인)처럼 흉포하다, 殘黨(잔당)처럼 나머지 또는 온전치 못하다는 뜻이 있다. 부수로 쓰인 (대,알)(알)은 살을 발라낸 뼈의 반쪽으로 死(사)나 歿(몰)처럼 죽음과 관련된 뜻을 나타낸다.

더위를 뜻하는 暑(서)는 日(일)이 의미요소이다. 殘暑(잔서)는 남은 더위 또는 늦더위이다. 한창 때가 지난 늦여름의 더위이며, 한낮에만 남은 더위이기도 하다.

暑(서)와 署(서)는 형태가 유사해도 뜻은 아주 다르다. 署(서)는 그물인 망(망)을 줄인 망(망)을 의미요소로 취해 계통이 있음을 나타내는데 部署(부서) 또는 배치하다의 뜻이다. 退(퇴)는 물러나다의 뜻이다. 樹(수)는 나무를 두루 가리키며 樹立(수립)처럼 세우다의 뜻도 있다.

早(조)는 이르다는 뜻과 아침의 뜻이 있으며 晩(만)과 상대적이다. (량,양)(량)은 서늘하거나 쌀쌀하다는 뜻이다. 凉(량)은 속자이다. 早(량,양)(조량)은 늦여름에 시작되는 때 이른 서늘함이며, 아침의 서늘함도 된다.

歸(귀)의 본뜻은 시집가다이며, 귀속하다 또는 돌아오거나 돌아가다의 뜻이 있다. 止(지)와 婦(부)를 줄인 추(추)가 의미요소이다.

殘暑(잔서)와 早(량,양)(조량)은 잘 어울린다. 白居易(백거이)는 ‘秋(량,양)閑臥(추량한와)’에서 殘暑晝猶長(잔서주유장), 早(량,양)秋尙嫩(조량추상눈)이라 읊었다. “남은 더위에 낮은 아직 길고, 아침 서늘해도 가을기운은 아직 엷다.” 바로 요즈음이다.

연못이나 키 큰 나무가 없어도 가을이 저만치 왔음은 하늘만 쳐다보아도 알 수 있다. 무덥고 긴 여름을 겪었기에 더욱 청량한 가을이다. 唐(당) 沈佺期(심전기)의 ‘酬蘇味道(수소미도)’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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