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새책]역사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자

  • 입력 2008년 8월 13일 15시 11분


15일 광복절을 맞아 출판계에는 역사 관련 서적이 쏟아지고 있다. 영국의 사학자 E. H 카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을 했다. 과거를 돌아보며 미래를 설계하는데 역사 서적처럼 좋은 참고서는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건국 60년의 재인식/김영호 편/352쪽·15000원·기파랑

1948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이 건국된 날이다.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비롯해 12명의 저자들은 ‘남한만의 단독정부의 수립’이라는 불행한 사건으로 치부된 대한민국의 건국을 바로 가르치자는 의도로 올해 1학기 성신여대에서 3학점 과목으로 개설됐던 ‘건국 60년 기념 강의’의 내용을 책으로 펴냈다. 노재봉 성신여대 객원교수(전 국무총리), 유영익 연세대 석좌교수,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이인호 KAIST 석좌교수, 김세중 연세대 교수, 이영훈 서울대 교수,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 전상인 서울대 교수 등이 대한민국 건국 60년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식민사학과 한국고대사/이희진 지음/256쪽·12000원·소나무

‘전쟁의 발견’, ‘거짓과 오만의 역사’의 저자 이희진 씨가 한국 고대사 학계 주류를 비판하는 책을 펴냈다. 저자는 독도 사태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처럼 일본의 역사 왜곡 사태의 시발점은 한국 고대사 학계에서 일제의 잔재가 청산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일본 학자 쓰다 소키치의 학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결과 ‘삼국사기’의 초기 기록은 제대로 된 논증 없이 무시되고 그 결과 한반도 고대 국가의 건립 연대는 수백 년 이나 늦추어졌다는 것. 저자는 ‘삼국사기’ 초기 기록을 토대로 한국 고대사를 복원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을 것을 제안하고 있다.

◇패랭이꽃-짓밟힌 조선 여인의 넋/우봉규 지음/316쪽·9500원·동쪽나라

일본군에게 강제로 끌려갔던 종군위안부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엮어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그들의 아픔과 분노를 전하는 다큐멘터리 소설이라기보다는 60여 년간 그들을 방치한 우리사회에 철저한 자기반성을 촉구하는 성격이 강하다. 일본 경찰에게 끌려온 옥아가 어떻게 오게 됐는지를 말하는 장면에서 “조선 사내들이 못나서.”라고 짤막하게 대답하는 것처럼 작가는 곳곳에 조선인, 조선 남성들의 못남을 꼬집는 대목을 넣어 두었다. 그런데 왜 하필 책 제목이 ‘패랭이 꽃’일까. 저자는 책 속에 이렇게 적어 놓았다. “패랭이는 꽃 모양이 하층 백성들이 머리에 썼던 ‘패랭이’를 거꾸로 놓은 모습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낮은 곳에만 치었다가 역시 낮게 지고 만다. 꽃잎은 연자주색. 그 한 많은 아픔을 지니고 계신 이, 가신 이, 모든 어르신들의 꽃이다.”

◇108가지 결정-한국인의 운명을 바꾼 역사적 선택/함규진 지음/16500원·페이퍼로드

BC 194년 고조선 위만의 쿠데타에서 2005년 부계 성 강제조항 폐지까지 이이화 등 역사학자 105명이 선정한 한국인의 운명을 바꾼 역사적 결정 108가지를 책으로 펴냈다. 이 책은 한국사 역사적 결정을 순위와 함께 시대 순으로 소개했는데 그중 10대 중요 결정에는 5.16과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이 각각 4위와 9위에 올랐다. 5.16은 우리 역사상 근대적인 상공업 중심의 국가로 탈바꿈하는 움직임이 여러 차례 있었으나 근본적인 변화는 이뤄지지 않았는데 5.16을 통해 비로소 그것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박정희 암살은 독재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가게 되는 계기라는 점에서 중요 사건으로 취급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세종 대왕과 함께 권말 가장 많은 한국사의 중요 결정을 내린 인물로도 뽑혔다.

◇1900, 조선에 살다-구한말 미국 선교사의 시골체험기/제이콥 로버트 무스 지음/320쪽·15000원·푸른역사

1890년 중반부터 20여 년간 자전거로 조선 전역을 누비며 서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선교사 제이콥 로버트 무스(1864~1928)가 1909년에 발표한 책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무스의 한국인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그는 서문에 자신이 사랑하게 된 조선인들에 대해 독자들이 보다 명확한 지식과 더 깊은 애정을 갖게 되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무스는 고통 받는 조선 백성 중에서도 남아 선호 사상 속에서 이름 없는, 탄생 자체가 섭섭하기 까지한 존재로 살아갔던 조선 여성들의 아픔에 가장 큰 관심을 두었다. 그림을 그리듯 구체적인 묘사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100년 전 조선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느낌이 든다. 원제는 Village Life in Korea.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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