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숫자에 약한 사람들을 위한 우아한 생존 매뉴얼

  • 입력 2008년 8월 9일 03시 01분


◇숫자에 약한 사람들을 위한 우아한 생존 매뉴얼/존 앨런 파울로스 지음·김종수 옮김/284쪽·1만2000원·동아시아

문맹, 컴맹에게 세상은 가혹하다. 반면 숫자에 무지한 ‘수맹(數盲·Innumeracy)’은 세상에 당당하다. 소수점 한 자리에 집착할 만큼 속이 좁거나 계산적이지 않음을 다행으로 여긴다. 자신의 무지에 ‘안심’하는 것은 그래도 순진한 경우. 대강의 셈법으로 얻은 숫자를 그럴듯하게 인용하는 위험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보자. 미국의 한 회사는 루빅큐브로 30억 가지 이상의 모양을 만들 수 있다고 광고했다. 계산 결과 답은 4×10¹9가지. 이 어마어마한 숫자도 30억 이상이니 틀린 답은 아니다. 하지만 조(兆) 이상의 수는 모두 비슷하게 취급하려는 안이함 또한 심각한 수맹에 속한다. 저자 표현에 따르면 이는 ‘뉴욕은 인구가 6명입니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

미국 템플대 수학과 교수인 저자는 수맹의 여러 사례를 폭로한다. 숫자와 확률에 쩔쩔매는 것부터 우연의 일치에 의미를 부여하고 미신에 집착하는 것도 수맹의 특징이다. 우연히 만난 사람이 두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인 것에 신기해하고 소심한 친구의 혈액형이 A형인 것에 놀란다면? 당신은 수맹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이 책은 수맹에게 우아한 생존법보다 살벌한 깨우침을 주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수맹이 확률 등의 문제를 ‘개인화’해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국내 여행 중 일어날 수 있는 자동차 사고는 사소하게 생각하면서 해외여행 중 테러리스트에게 살해당하는 것은 자신의 일처럼 걱정한다는 것.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자. 해외에서 테러의 희생자가 될 확률은 160만 분의 1. 차량 충돌로 죽을 확률(5300분의 1)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수학적 무지는 이렇게 실체 없는 공포를 낳는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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