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에서, 오늘의 철학을 생각한다

  • 입력 2008년 7월 27일 23시 00분


30일 서울에서 개막하는 제22차 세계철학대회는 철학의 돌파구를 동양에서 찾기 위한 역사적인 행사로 주목받고 있다. 2003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제21차 대회에서 한국은 차기 개최권을 놓고 서양 철학의 발상지인 그리스의 아테네와 경쟁했다. ‘세계 인문학의 대(大)제전’으로 공인되는 이 대회는 1900년 창설 이후 한 번도 아시아에서 개최된 적이 없다. 서양의 주류 학자들이 동양철학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개최지가 서울로 결정된 것은 세계 철학계가 동서양의 만남을 통해 재도약을 모색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기 때문이다.

대회 주제인 ‘오늘의 철학을 다시 생각한다’는 세계 지성사(知性史)의 흐름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과학문명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전통적으로 ‘사유(思惟)의 원천’이었던 철학은 위축되고 있다. 이런 문명사적 전환기에 세계의 철학자들이 새로운 좌표를 찾기 위해 서울에 모여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104개국을 대표하는 철학자 2500명이 8월 5일까지 지성과 토론의 향연을 벌인다.

‘인문학의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은 밖으로 우리 철학을 알리고 국내적으로 인문학의 한 기둥인 철학의 가치를 일깨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의 유(儒) 불(佛) 선(仙) 사상과 기독교 사상을 조화시킨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유영모와 함석헌의 철학을 소개하는 행사도 마련된다. 각국 학자들의 반응이 주목된다. 일반 청중은 독일의 페터 슬로터디크, 미국의 주디스 버틀러 같은 세계 석학들을 만날 수 있고 전(全) 지구적 현안에 대한 이들의 고뇌와 해결의 지혜를 직접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대회를 주최하는 국제철학연맹의 피터 켐프 회장은 철학자들에게 “인류의 가장 높은 수준의 사고(思考)가 어떤 것인지 세계에 보여주자”고 말했다. 인류가 당면한 현안은 ‘지식’은 많아졌으되 ‘지혜’는 빈곤해진 데 크게 기인한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혼란도 ‘깊이 있는 사유(思惟)’를 상실한 ‘철학의 공백’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이번 대회를 통해 철학과 이를 포함한 인문학의 빛을 함께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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