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18>一犬吠形, 百犬吠聲

  • 입력 2008년 5월 14일 02시 58분


犬(견)은 큰 개이고 狗(구)는 작은 개라고 하나 그 구분이 불분명하다. 자신을 낮추는 데에도 쓰니, 犬馬之勞(견마지로)나 犬馬之力(견마지력)은 임금이나 윗사람에게 자기의 노력이나 능력을 낮춰 이르는 말이다. 다만 오늘날 쓰기에는 다소 지나친 자기비하로 느껴진다.

犬兎之爭(견토지쟁)은 개와 토끼의 다툼으로 무익한 다툼을 뜻한다. 漢子盧(한자로)라는 명견이 東郭逡(동곽준)이라는 교활한 토끼를 쫓아 산을 여러 차례 오르내리고 돈 끝에 둘 다 지쳐 죽어 농부의 차지가 되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吠(폐)는 개 또는 동물이 짖다 또는 욕설로 비난하다의 뜻이다. 吠日(폐일)은 해를 보고 짖는 것으로 견식이 좁은 이가 당연한 것을 보고 신기하게 여겨 떠드는 것을 비유한다. 犬吠之警(견폐지경)은 개가 짖는 정도의 경계로 대수롭지 않은 소란을 비유한다.

形(형)은 형체나 모습 또는 형세나 정황을 뜻한다. 실체나 육체를 뜻하기도 한다. 形名(형명)은 사물의 실재와 명칭을, 形影(형영)은 형체와 그림자를, 形神(형신)은 육체와 정신을 뜻한다. 오른쪽 부분인 삼(삼)은 털을 잘 빗긴 모양으로 이 부수에 속한 글자들은 무늬나 모습과 관계가 있다. 聲(성)은 소리이다.

개 한 마리가 짖으면 다른 개들도 덩달아 짖어댄다. 처음의 짖음은 그 까닭이 있겠지만, 뒤따르는 짖음은 영문도 모르고 그저 따라 짖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지혜롭다는 사람 사회에서도 그런 일이 적지 않다. 때로는 남의 말만 듣고 덩달아 누구를 매도하고 따돌리며, 때로는 荒唐(황당)한 유언비어에도 동요한다. 그런 주견 없는 附和雷同(부화뇌동)은 남에게 악용되기도 쉽다. 東漢(동한) 王符(왕부)의 ‘潛夫論(잠부론)’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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