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17>王良登車, 馬不罷駑

  • 입력 2008년 5월 13일 02시 59분


王良(왕량)은 춘추시대에 말을 잘 몰기로 이름난 사람으로 造父(조보)와 짝이 된다. 또 말을 잘 알아본 사람으로 伯樂(백락)과 짝이 되기도 한다. 말의 활용과 감정 모두에 능했다면 조보와 백락의 능력을 겸비한 것이다.

登(등)은 登極(등극)이나 登山(등산)처럼 높은 장소나 지위에 오르다의 뜻, 登載(등재)나 登記(등기)처럼 기재하다의 뜻, 그리고 登用(등용)하다의 뜻도 있다. 車(거)는 보통 옛것에 가까우면 ‘거’로 읽고 지금 것에 가까우면 ‘차’로 읽는데, 뚜렷한 기준은 보이지 않는다.

罷(파)는 그물인 망(망)을 줄인 망(망)과 能(능)을 합한 글자이다. 능력자에게 그물을 씌우는 것을 나타냈으며, 罷免(파면)하다의 본뜻에서 그만두거나 중지하다 또는 끝나다의 뜻이 나왔다. 罷市(파시)는 상인들이 일제히 장사를 쉼을 뜻한다. 그러나 여기서처럼 지치거나 피로하다 또는 약하거나 무능하다는 뜻이면 ‘피’로 읽는다.

駑(노)의 본뜻은 열등한 말이며, 둔하거나 무디다 즉 재주나 능력이 모자라다는 뜻이다. 罷駑(피노)는 지치고 둔하다는 뜻이다. 자신을 지치고 둔한 말로 비유하는 겸손한 말로도 쓰인다.

훌륭한 수레몰이는 말이 지치고 힘들게 하지 않는다. 능력 발휘의 최적 조건을 갖춰주어 최대 성과를 내게 하며 그 공을 차지한다. 그러려면 알맞은 수레를 끌려 정확한 길로 이끄는 일 외에, 말의 능력에 맞춰 최대로 발휘시키는 일 또한 핵심사항이다. 모든 분야의 인솔자가 그와 같으리라. 나라의 각료나 회사의 사원은 물론이고, 사회 각 분야의 그 누가 지치고 무력해진다면, 그것은 해당 인솔자가 무능하거나 태만해서이다. 지치고 무력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東漢(동한) 王充(왕충)의 ‘論衡(논형)’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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