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에 스며든 미국’ 어디까지 왔나

  • 입력 2008년 4월 28일 02시 59분


광복 이후 ‘미국화의 역사’ 묶은 연구서 나와

광복 이후 한국에선 정치 경제 문화 소비 등 대부분 분야에서 미국화(americanization)가 진행돼 왔다. 이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로 인해 한국 사회의 미국화 과정을 학문적으로 따지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문제 의식을 공유한 학자들이 최근 각자의 연구 분야에서 살펴본 ‘미국화의 역사’를 묶어 ‘아메리카나이제이션-해방 이후 한국에서의 미국화’(푸른역사)를 펴냈다.

김덕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한국에서의 일상생활과 소비의 미국화 문제’를 살폈다. 그는 3개 시기를 구분한 뒤 산업화 이전(1945∼1960년) 시기를 ‘김미 쪼꼬렛 시기’로 이름 붙였다. 이 시기 미국 제품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이 시기 ‘소비의 미국화’는 불가능했으며 미국화란 ‘환상 속의 욕망’일 뿐이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산업화 시기(1961∼1985년)에 한국에선 국산 치약, 비누, 의류, TV 등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미국적 소비를 흉내 낼 수 있는 물질적 토대가 마련된 시기”로 분류했다.

1980년대에는 버거킹을 시작으로 패스트푸드 체인이 들어왔고 나이키 운동화가 판매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는 미국식 생활 방식을 흉내 내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부모와 달리, 이를 실천할 수 있었다.

원용진 서강대 교수는 ‘한국 대중문화, 미국과 함께 혹은 따로’라는 글에서 “문화의 미국화는 일방적인 게 아니며 수용 지역에서의 적극적인 변형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원 교수는 “미군정 시절, 미군기지 중심의 대중문화 확산 시기에는 국내 자주적인 문화 수용이 없었으나 1960년대 이후 대중매체가 성장하면서 미국 대중문화를 변형해 흉내 내는 문화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팝송을 번안한 가요가 대표적인 사례다. 1970년대 중반부터 더욱 많은 프로그램을 필요로 한 매체들은 ‘원더우먼’ 같은 미국 대중문화를 적극 수입했다.

원 교수는 1990년대 이후 현재에 이르는 시기를 ‘미국을 번역한 미국화 시대’로 규정지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처럼 미국 대중문화의 복사물이 자생적으로 생겨난 시기라는 것이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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