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TOWN]Back Ten/생활을 꿰매는 실→美를 꿰매는 실

  • 입력 2008년 3월 24일 03시 00분


‘슉∼. 슉∼.’

손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미줄을 붙잡고 고층빌딩 사이를 날아간다. 파란색 바지와 빨간색 쫄쫄이 티셔츠에다 가면을 쓴 ‘스파이더맨’이다. 영화 ‘스파이더맨’의 주인공은 끈끈하고 강력한 실로 악당에게서 선량한 시민들을 구하고 지구를 지킨다.

궁금하다. 거미줄을 ‘거미실’이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는 뭘까? 실과 줄은 굵기 또는 용도에 따라 구별해 사용한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녀’라고 할 때의 실은 아주 얇은 것을 뜻한다. 실반지, 실선, 실눈, 실핏줄, 실구름 등 가늘고 긴 것을 ‘실’이라 표현한다.

실은 인간의 패션에 있어서 시작이요 끝이다.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는 낙엽으로 중요 부위만 가렸다. 원시시대부터는 동물의 가죽이 이 낙엽을 대신했다. 구석기 시대에 들어서면서 덩굴이나 나무껍질, 풀 껍질 등을 찢은 뒤 서로 연결시켜 옷이나 장식을 만들어 입었다. 이것이 최초의 실이다.

실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알게 모르게 위력을 발휘했다. 급히 먹은 밥이 체했을 때 이에 대처하는 민간요법에는 실이 사용됐다. 엄지손가락을 실로 친친 감은 뒤 바늘로 콕 찔러 나쁜 피를 빼냄으로써 체기를 내렸다. 아이들의 흔들리는 치아를 뽑을 때도 실이 쓰였다.

그 뿐만 아니다. 실은 인간의 염원을 담기도 한다.

돌잔치 때 실을 잡으면 아이가 무병장수한다고 생각했다. 북어에 실타래를 묶어 고사를 지낸 뒤 벽에 걸고는 사업의 번창을 기원했다. 실처럼 길게 뻗어 나가란 뜻에서.

실은 인간의 생명에도 관여한다. 수술 부위를 꿰매는 의료용 실이다. 20세기 들어 몸에 녹는 실이 등장했다. 이를 통해 몸의 깊숙하고 좁은 부위를 수술할 때 실밥을 제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줄었다.

2007년 말에는 돌기가 달린 실을 이용해 피부를 ‘걸어 올림’으로써 처진 살을 올려주는 성형술도 개발됐다. ‘의료용 실’이 ‘뷰티용 실’로 확장된 셈이다. ‘생활을 꿰매는’ 실에서 오늘날에는 ‘아름다움을 꿰매는’ 실로 발전하고 있다.

▶dongA.com에 동영상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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