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방안에 핀 똥꽃… “엄니, 괜찮아요”

  • 입력 2008년 3월 8일 02시 51분


치매 어머니 모시는 귀농농부의 짠한 이야기

◇똥꽃/전희식 김정임 지음/252쪽·1만2000원·그물코

‘감자 놓던 뒷밭 언덕에/연분홍 진달래 피었더니/방안에는/묵은 된장 같은 똥꽃이 활짝 피었네./어머니 옮겨 다니신 걸음마다/검노란 똥자국들.’

어머닌 그새 여위셨다. 거동 불편한 지는 오래. 똥오줌 못 가려 며느리 볼 낯이 없다. 아니 낯을 가릴 판단력도 흐려졌다. 치매. 그리고 파리한 몸, 하얗게 바래 버린 당신의 체모. 자연 속에서 어머니를 모시자. 아들은 귀농을 결심한다.

‘똥꽃’은 한 농부의 일기다. 전북 완주군 산골에서의 1년여 생활을 담았다. 폐가를 손봐 직접 농사짓고 나물 따며 살아간 시간. 그리고 그 속에 치매로 투병 중인 여든여섯 노모가 있다.

가족 형제의 만류를 뿌리치고 홀로 어머니를 모신 건 나름대로 뜻이 있었다. 꽉 막힌 도시, 주위 모든 게 생경한 당신에게 친숙함을 드리고 싶었다. 아궁이 불 지피고 ‘나시래이’(냉이의 경상도 방언) 무쳐 먹는 삶. 어머니는 기력과 자신감을 되찾기 시작했다.

뭣보다 책에는 그 속에서 자연스레 병을 이겨 가는 어머니가 있다. 보통 집안에 치매 걸린 노인은 가족에게 고통이다. 대화도 안 통하고 24시간 피가 마른다. 하지만 저자는 얘기한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어 얼마나 위축되셨을지 생각해 보라. 진짜 고통은 본인에게 있다. 당신의 고른 삶뿐 아니라 굴절된 삶도 받아들여야 한다. 86년 세월의 현재적 표현이 치매일 뿐이다.”

‘똥꽃’은 아름답다. 그 옛날 한 땀씩 짜내려간 할머니의 ‘쉐타’처럼 따사롭다. 헛헛하게 담백한 어투에도 눈가가 그렁해진다. 읽는 내내 가슴이 뻐근한 이유. “마, 치아뿌라.” 예사 한 마디 속에도 ‘우리 엄니’가 비쳐서다. 공동 저자 ‘김정임’은 저자 노모의 존함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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