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저 갈채, 내일은 나의 것

  • 입력 2008년 1월 2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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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의 또 다른 재미 ‘앙상블’의 세계

최근 국립극장에서 공연 중인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뮤지컬 안의 뮤지컬이라는 형식을 띤 작품이다. 앙상블(ensemble·뮤지컬에서 주요 배역을 맡지 않고 합창이나 군무를 맡은 이들)로서 주목받지 못했던 페기 소여가 주연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주연을 맡게 된 뒤 스타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앙상블 무용수 크리스틴이 유령의 도움으로 아름다운 목소리를 인정받으며 주연으로 발탁되는 이야기를 다뤘다. ‘코러스라인’은 아예 앙상블 선발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앙상블은 “대극장 작품이면 세트와 함께 극장을 채우는 중요한 캐릭터”(원종원 뮤지컬 칼럼니스트)이지만 무대의 화려한 조명에서는 늘 비켜나 있는 존재다.

○앙상블의 종류와 선정 기준

앙상블 하면 통상 화음의 조화를 뜻하지만 뮤지컬 등 무대 공연에서는 다른 뜻으로 해석된다. 노래도 중요하지만 작품의 특성에 따라 앙상블에게 요구하는 조건도 다르다.

뮤지컬 ‘시카고’나 ‘노트르담 드 파리’ 같은 경우 노래보다 상대적으로 댄스의 비중이 더 크다. 화려한 시카고 거리를 무대로 앙상블들의 군무가 인상적인 ‘시카고’는 배우들의 몸과 춤 실력이 관건이다. 한국판 공연을 위해 캐스팅을 할 때 미국 오리지널 프로덕션이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사람으로 뽑아 달라”고 명시할 정도다.

현란한 보헤미안 스타일의 무용을 선보이는 ‘노트르담 드 파리’도 앙상블을 뽑을 때 노래보다 춤 실력을 앞세운다. 자유분방한 춤을 선보여야 하기 때문에 프랑스 연출가 질 마흐는 “키도 춤도 제각각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뮤지컬 ‘캣츠’는 발레 동작이 많아 발레가 앙상블의 조건 중 하나다. 1960년대 미국의 흑백갈등이 배경이 되는 ‘헤어스프레이’ 한국판은 흑인 앙상블 때문에 흑인을 연상시키는 외모가 캐스팅의 기준이 되기도 했다.

뮤지컬 기획사 NDPK의 이은신 과장은 “예전에는 성악 전공자들이 앙상블을 맡았으나 최근 뮤지컬이 다양해지면서 현대무용, 애크러배틱, 비보이 출신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정원도 앙상블 거쳐

앙상블은 신인들의 등용문이기도 하다. 롯데월드 예술단의 앙상블 단원이었던 최정원이 선배의 부상으로 뮤지컬 ‘가스펠’의 주연을 맡은 뒤 톱스타가 된 것은 유명하다. 뮤지컬 톱스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성기윤도 앙상블 활동을 10여 년 했다. 최근 두각을 나타낸 ‘컨페션’의 윤공주(2001년 ‘가스펠’), ‘오페라의 유령’의 김보경(2003년 ‘인어공주’), ‘헤어스프레이’의 방진의(2000년 ‘드라큘라’)도 각각 앙상블로 시작한 케이스다.

앙상블은 경력이나 지명도, 실력 등에 따라 월 50만∼300만 원을 받는다. 주연 조연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시거나 막 뮤지컬을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 최승희 신시뮤지컬 팀장은 “과거보다 계약 조건이 나아져 같은 연차의 조연급 배우의 80∼90%는 받는다”고 말한다. 조연이 더블캐스팅일 경우에는 오히려 앙상블이 더 많이 받는 경우도 있다.

○앙상블도 구하기 어려워

뮤지컬 기획사 오디뮤지컬컴퍼니는 최근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주연 조연 오디션에서 탈락해 앙상블을 권유받은 신인급 배우가 배역을 주지 않으면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그 배우는 무대에 서지 않았다.

명성황후를 제작한 에이콤컴퍼니의 송경옥 기획실장은 “‘과거에는 주연 조연 오디션에서 낙방하면 앙상블을 당연하게 여겼지만 요즘은 설득하는 데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는 “앙상블은 주연 배우로 가는 절차이자 배우가 커 나가는 과정인데 기본에 충실치 못한 이들이 스타 탄생의 꿈만 좇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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