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왕들중 최고 바둑 애호가는 □다

  • 입력 2008년 1월 17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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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에서 기록들 발굴

이청씨 ‘한국 바둑사’ 출간

‘조선시대 세조는 바둑광이었다. 그는 어느 날 정무 시간이 끝난 뒤 한명회 신숙주 구치관 최항 등 정승들을 불러 편을 갈라 바둑을 두게 했다. 이긴 팀에는 말 3마리를 상금으로 걸었다. 말 3마리는 당시 한양에서 좋은 기와집을 살 수 있는 정도의 액수. 승부를 가린 결과 한명회 신숙주 팀이 이겼는데 구치관 최항 팀이 억울해하자 말 1마리를 줘 위로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세조가 얼마나 바둑을 좋아했는지 알 수 있는 일화다.

삼국시대 고려 조선의 역사서에서 바둑 관련 기록을 찾아내 바둑사를 복원한 책이 나왔다. 재야 바둑사학가 이청 씨는 4년간 작업 끝에 최근 ‘한국 바둑사’(오로미디어·사진)를 출간했다.

이 책은 삼국시대 이전 바둑이 한반도에 전해진 것을 시작으로 바둑이 융성했던 백제, 바둑을 지식인의 덕목으로 여겼던 고려를 거쳐 ‘바둑 왕국’으로 불릴 정도로 남녀노소가 바둑을 즐겼던 조선의 이야기를 전한다.

백제의 바둑 이야기에선 고구려 승려 도림이 뛰어난 바둑 실력으로 백제 개로왕의 신임을 얻은 뒤 고구려의 첩자 노릇을 해 백제를 대패시킨 내용을 담았다.

고려시대에는 교양인이 갖춰야 할 4가지 덕목으로 금기서화(琴棋書畵·가야금 바둑 서예 그림)를 꼽았다. 충렬왕 때에는 원나라 황제가 고려에서 바둑 잘 두는 사람을 뽑아갔다는 기록도 전하고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도 바둑 관련 글들이 적지 않다.

특히 조선은 ‘바둑 왕국’이라고 할 정도로 바둑이 오락의 으뜸이었다. 왕부터 사대부, 시골 관청의 아전, 기생까지 바둑은 신분과 귀천을 떠난 조선의 오락이었다는 점을 각종 기록을 통해 보여준다.

태종 세종 세조 성종 선조 효종 등은 바둑을 좋아하던 임금이었다. 세조는 수시로 숙위 장교를 불러 활을 상금으로 걸고 바둑을 두게 했다. 임진왜란 때 선조는 유성룡에게 ‘무릇 병사를 쓰는 것은 바둑과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잔치가 열릴 때 바둑판의 수효가 많으면 잔치의 급이 올라갔고 신하가 업무 중에 바둑을 두다가 문책당하는 일도 적지 않았으며 바둑을 두다 왕의 어머니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 어의(御醫)에 대한 기록도 나온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정답: 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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