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왜 사랑에 빠지면 착해지는가

  • 입력 2007년 12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왜 사랑에 빠지면 착해지는가/토르 뇌레트라네르스 지음·박종윤 옮김/360쪽·1만3000원·웅진지식하우스

호모에코노미쿠스. 19세기 고전적 자유주의 경제학에서 나온 말이다. ‘인간은 경제적 동물’로 비영리적이고 비합리적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것. 경제에 부쩍 관심이 높아지며 요즘 들어 자주 쓰이는 말이다.

하지만 덴마크의 과학 전문 저술가인 저자가 보기에 인간이 반드시 경제적 동물인 것만은 아니다. 꽤나 이타적이며 너그러움도 갖추고 있다. 자기에게 희생이 따르더라도 정당하지 못한 사람을 벌하고자 하는 욕망도 크다. 경제적 불이익이 생겨도 악한 사람에겐 복수하고 싶어 한다.

배려, 관대함 그리고 협동심. 개인에겐 별 도움도 안 되는 이런 감정이 왜 본능으로 자리 잡았을까. 그건 바로 사랑과 성 때문이다. 이성에 대한 끌림, 즉 섹스 파트너에 대한 욕망이 인간에게 지혜와 아름다움을 끌어내는 원동력이 됐다. 쉽게 말해 멋져 보이고 싶으니까.

저자에 따르면 온갖 창조적 활동 속에는 성적 매력 발산이라는 키워드가 숨어 있다. 피카소가 그린 걸작들은 그의 왕성한 발기력을 해결하는 최고의 도우미다. 비틀스도 마찬가지. 다만 예술작품은 창조자의 욕구 만족에 멈추지 않는다. 훨씬 많은 타인에게 기쁨과 행복을 전해준다.

결론은 간단하다. 짝짓기에 성공하려면 이타적이 돼라. 섹스만 생각하면 섹스에 성공할 수 없다. 악기를 연주하고 그림을 그려라. 인류에 도움이 되는, 뭐든 잘하는 일을 찾으라. 그럼 그들 또는 그녀들은 당신에게 안길 터이니. 사랑에 빠져서 착해지는 게 아니다. 착해지면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해답이다.

갈무리하자면, ‘왜 사랑에…’는 일종의 ‘긍정 진화학’이다. 인간의 이기적 유전자는 인류가 생존할 최적의 조건을 찾아 진화해 왔다. 돕고 배려하는 마음은 인간에게 도움이 되기에 DNA에 새겨진 것이다. 이 때문에 세상은 여전히 희망과 가능성이 넘친다. ‘사랑은 우리를 하늘 높이 들어올린다!(Up Where We Belong)’

물론 저자의 생각은 틀렸을 수 있다. 아니, 반박하려 들면 수백 개쯤 근거도 댈 수 있다. 주위에도 ‘사랑에 빠진’ 나쁜 인간이 넘쳐흐르니까. 하지만 그럼 좀 어떤가. 착해지면 사랑에 빠진다는데. 그런 마음이 당신의 연인을, 그리고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지 않겠는가. 덤으로 섹스도 하고. 덴마크어 원제를 번역하자면 ‘관대한 인간’(2005).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