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잃어버린 문화유산을 찾아서

  • 입력 2007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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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문화유산을 찾아서/강소연 지음/352쪽·2만5700원·부엔리브로

불교가 전성기를 맞았던 고려시대 불화는 한국미술의 명품이다. 그러나 국내에 남아 있는 작품은 10점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일본과 영미권 국가가 고려와 조선 전기의 불화를 250여 점이나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 남은 불화만으로 한국 불교미술의 흐름을 살피기 어렵다. 저자의 표현처럼 ‘우리의 과거를 현재까지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문화재가 없어 역사에 큰 구멍이 나 있는’ 셈이다.

일본 교토대에서 동양미술사를 공부한 저자는 6년간 일본과 미국 등지를 누볐다. 공개를 거부하는 박물관이나 사찰 관계자들을 설득해 우리 미술사의 명품을 기록했다. 이 책은 그 중 20여 점을 모았다. 저자는 국립경주박물관장을 지낸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의 딸이다.

지독한 발품의 성과가 페이지마다 서려 있다. 저자는 불화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쉽고도 부드럽게 풀어낸다. 명쾌하게 짚으면서도 에세이처럼 감성어린 글이 인상적이다. 저자가 직접 촬영한 작품 사진과 작품의 주요 부분을 확대해 보여 준 편집도 일품이다.

일본 효고(兵庫) 현 주린지(十輪寺)에 있는 오불존도(五佛尊圖). 저자는 형식과 내용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조선 전기 불화에 거듭 감탄한다. 진리의 부처인 비로자나불, 비로자나가 설법으로 모습을 드러낸 노사나불, 석가모니불이 위에서 아래로 차례로 자리를 잡고 아미타불 노사나불 약사불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배치돼 있다. 저자는 노사나불이 작품 한가운데를 교차하는 독특한 십자구도를 읽어낸다. 그러고는 승려가 지향해야 할 자력신앙(세로)과 중생을 구제할 타력신앙(가로)이 하나로 만나는 조선 불화의 원리를 깨닫는다.

실물 사진이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고려불화인 일본 고베(神戶) 시 다나카(田中) 집안 소장의 비로자나불도(14세기)는 작품 한가운데 비로자나불을 둘러싼 수많은 깨알 같은 크기의 부처들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저자는 ‘초미니 부처님’들의 다양하고 익살스러운 표정에서 한국미술의 해학을 발견하고 미소 짓는다.

저자는 작품에서 작은 부처가 모여 하나의 부처를 이룬 일즉다다즉일(一卽多多卽一)의 원리를 보고 “누구든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은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일부며 대대양의 일부니, 나는 인류 속에 포함돼 있는 존재”라고 노래한 17세기 영국시인 존 던을 떠올린다. 매력적인 책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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