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오르가슴, 찰나에서 맛보는 불멸

  • 입력 2007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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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가슴/롤프 데겐 지음·최상안 옮김/380쪽·1만 6000원·한길사

얄궂다. 성(性)은 언제나 그렇다. 육체와 영혼, 형이상학과 형이하학. 분명 세상의 반을 차지하는데 감춰두려 한다. 그나마 에로티시즘 정도로 포장해서 말하면 좀 낫다. 대놓고 솔직했다간 변태 취급도 감수해야 한다.

‘오르가슴’도 별반 다를 건 없다. “에로티시즘을 다뤄도 최고 핵심이자 절정인 오르가슴은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흔하다.”(미국 철학자 제이슨 드보아) 장롱 속 꿀단지처럼 숨겨 놓고 몰래 몰래 꺼내먹는 그것. 저자는 모두가 원하면서도 거북살스러워 감추는, 오르가슴의 뚜껑에 손을 댄다.

저자에 따르면 오르가슴은 동물의 본능임과 동시에 문화를 만드는 원동력이다. 본질적인 원시성에 기반을 두지만 성욕을 통제하고 다루고 유희하는 경험의 축적을 통해 인간만의 문화를 만들어냈다. 여기서 오르가슴은 단순히 육체적 만족을 뛰어넘는다. “행복을 향한 소망과 결속감을 얻는 과정”이다. 섹스는 번식 수단이면서 인간관계의 중요한 도구가 된다.

이 때문에 저자에게 오르가슴은 ‘생명의 승리’다. 인간이란 종에게 불멸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어 준다.

거짓 이성의 허울을 벗고 감각적 희열을 안겨준다. “삶의 중요한 시기에 황홀한 순간의 현상이자 가장 완벽한 행복”으로 등극한다.

이 책은 대단히 흥미로운 인체의 현상을 인문학적으로 분석했다. 그만큼 재미와 가치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하지만 오르가슴의 희열이나 행복은 말이나 글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는 게 아닐지.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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