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22>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

  • 입력 2007년 12월 2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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擧(거)는 손으로 들어 올린다는 뜻이다. 擧杯(거배)는 술잔을 드는 것이다. 동시에 술을 마시거나 술을 권한다는 의미도 지닌다. 擧(거)는 일으킨다는 뜻과 등용한다는 뜻도 있다. 擧兵(거병)은 군대를 일으키는 일이고 擧用(거용)은 선발하여 임용하는 일이다. 擧行(거행)에서처럼 시행한다는 뜻과 行動擧止(행동거지)에서처럼 움직인다는 뜻, 그리고 擧國的(거국적)에서처럼 모두라는 뜻도 있다.

杯(배)는 술잔 또는 음료를 담는 그릇이다. 술을 가리키기도 한다. 盃(배)는 그 俗字(속자)이다. 乾杯(건배)의 원래 뜻은 잔을 말린다는 의미이지만 실제로 그대로 지켜 다 마시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杯酒解怨(배주해원)은 술잔을 나누는 사이에 옛 원한을 잊어버린다는 뜻이다.

邀(요)는 맞이한다는 뜻이다. 邀明月(요명월)은 밝은 달빛을 받는 것을 가리킨다. 불러들이다 또는 초청하다의 뜻도 있으니 邀請(요청)은 招請(초청)과 같은 뜻이다. 또 가로막다의 뜻도 있어서 邀擊(요격)은 공격하는 것을 중도에서 맞아 친다는 뜻이다. 對(대)는 마주한다는 뜻이고 影(영)은 그림자이다. 成三人(성삼인)은 세 사람이 됐다는 말이다. 자신과 달빛과 그림자를 두고 한 말이다.

달은 유난히도 그리운 이들이 생각나게 만들고, 술은 그런 마음을 더욱 간절하게 만든다. 억지로 세 사람이 됐다고 말해 보지만 달빛은 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에다, 그림자는 쓸데없이 옆에서 따를 뿐이다. 또 깨어서는 같이 기쁨을 나누지만, 취한 후엔 각각 흩어진다. 결국 술을 마시는 이는 혼자뿐이며, 그나마도 취하면 다시 혼자만 남는다. 외롭게 달빛 아래 취해 가는 이백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唐(당) 李白(이백)의 ‘月下獨酌(월하독작)’의 첫째 수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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