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스핑크스의 목소리는 사자의 성대+여인의 혀

  • 입력 2007년 12월 2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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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스 오디세이/김형태 지음/224쪽·1만1000원·북로드

목소리. 말 그대로 목에서 나는 소리다. 성대는 인간이 태어나며 처음 사용하는 기관 중 하나. ‘울음을 터뜨려’ 세상에 나왔음을 알린다. 그만큼 목소리는 존재를 각인시킨다.

저자는 평생 그 목소리에 매혹돼 살아왔다. 대학 시절 영화 ‘신의 아그네스’를 보다가 제인 폰다에게서 천상의 목소리를 감지한다. 의대를 거쳐 목소리 전문클리닉도 세웠다. 목소리와 함께한 인생인 셈이다.

저자의 목소리 사랑은 고금과 신화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집트에서 여행객에게 말을 걸었다는 스핑크스. 남들은 그러려니 넘길 얘기를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발성기관의 진동기에 해당하는 성대는 사자의 것이면서 공명기와 발음기는 인간, 특히 여성의 것.” 이 경우 5∼50Hz의 초저주파 목소리가 나와 문제도 풀기 전에 정신이 혼미해질 가능성이 높단다.

목소리를 통해 본 성과 욕망에 대한 분석도 흥미롭다. 사랑을 위해 목소리를 버린 인어공주는 현대의학으로 보면 ‘운동성 실어증’이다. 뱀과 대화하는 능력을 지닌 해리포터를 보면서 양서류도 인간처럼 말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대목에선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열정과 상상력이 묻어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의 덕목은 그 모든 걸 과학적 기준으로 얘기한다는 점이다. 구약성서에서 종종 하나님의 목소리를 ‘천둥소리’로 묘사하는 대목을 보자. 먼저 저자는 천둥소리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시시콜콜 되짚는다. 그리고 천둥의 저주파 영역이 청각기관의 진동을 유발함을 상기시킨다. 이는 “성당 안에서 파이프오르간 연주를 듣는 신비로움과 경외감”을 전달한다. 이 때문에 천둥소리에서 신의 목소리를 떠올린 건 꽤 설득력 있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결론이 다 과학으로 귀결되다 보니 목소리를 통해 들여다보는 문화사(史)는 단편적인 수준에서 머무른다. 목소리에 대한 미학적 접근도 함께 보태졌으면 어땠을까. 저자의 다음 연구가 궁금하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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