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14>寧作野中之雙鳧, 不願雲間之別鶴

  • 입력 2007년 12월 1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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寧(녕)은 선택이나 선호하는 사실을 이끌어 내며, 차라리 또는 오히려로 옮길 수 있다. 作(작)은 역할이나 임무를 행하거나 어떤 처지가 된다는 뜻이다. 野中(야중)은 들판이라는 뜻으로 예절이 없거나 자유분방함을 암시한다. 雙(쌍)은 쌍이나 짝의 뜻이고 鳧(부)는 물오리이다.

不願(불원)은 바라지 않는다는 뜻으로 앞의 寧(녕)과 반대가 된다. 雲間(운간)은 구름 사이로서 앞의 野中(야중)과 상대되어 부귀한 세계나 신선의 세계를 암시한다. 別鶴(별학)은 이별한 학, 즉 외톨이 학을 가리킨다. 학 역시 물오리와 상대적인 고귀한 존재를 의미한다.

부유하고 귀한 집안의 외톨이가 되기보다는 빈천해도 짝을 이루어 같이 지내는 부부 사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노래했다. 봉건사회에서의 부귀한 집안의 외로운 여인의 처지에서 노래한 것으로 보인다. 부부간의 동고동락에 대한 바람에는 동서고금 남녀에 있어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요즈음에는 뜻밖에도 어린 자녀의 국외 교육을 위해 부부가 오랫동안 생이별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식의 앞날을 위해 흩어지는 부모의 희생이 숭고하고 그 노력이 훌륭하지만 부부가 함께 지내는 인륜의 즐거움을 잃는 것도 결코 경시할 수 없다.

가족의 분산, 특히 부부의 별거는 인간의 본성에 반하므로 부작용이 뒤따른다. 또 부부 사이든 부모 자식 사이든, 한쪽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가족관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외형적인 성공보다 늘 함께하는 관계가 더 본성에 맞고 행복한 삶을 위한 기본 요건일 가능성이 크다. 南朝(남조) 때의 시인 鮑照(포조)가 지은 ‘擬行路難(의행로난)’ 셋째 수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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