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11>學書在法, 而其妙在人

  • 입력 2007년 12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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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書(학서)는 글이나 글씨를 배우는 것이다. 여기서는 서예공부를 가리킨다. 法(법)은 일반적인 서예의 技法(기법)을 가리킨다. 而(이)는 앞뒤를 이어주는데 순접과 역접의 경우에 모두 사용된다.

妙(묘)는 교묘하다 또는 훌륭하다는 뜻이다. 妙筆(묘필)은 훌륭한 글씨나 그림을 가리키고, 妙技(묘기)는 기묘하고 훌륭한 기술이나 재주를 가리킨다. 젊다는 뜻도 있으니 妙齡(묘령)은 원래 젊은 나이에 대한 경칭으로 남녀 모두에게 쓰던 말이다. 요즈음에는 주로 스물 안팎의 여자 나이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人(인)은 여기에서는 글씨를 쓰는 사람을 가리킨다.

宋(송) 晁補之(조보지)는 이어서 말했다. “서예의 기법은 사람마다에게 전수될 수 있지만 그 절묘함은 반드시 가슴속에서 혼자 깨우쳐야 한다. 글씨 쓰는 이들이 밤낮으로 정신을 집중해 옛사람이 긋고 점을 찍던 기법을 다 배워 모방하니, 글씨의 모든 획이 세밀한 데까지 유사하다. 하지만 고금의 절묘한 점은 이미 사라졌다. 절묘함은 기법 자체에 달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예에 능하려면 먼저 기본 필법을 차례대로 충실히 배우고 익혀야 한다. 그 과정을 무시하면 일정한 수준에 이를 수 없다. 그러나 개성이 없이는 한계가 있으며 누구나 다 같이 도달할 수 있는 수준으로는 절묘함을 언급할 수 없다. 따라서 자신만의 心得(심득)과 獨創(독창)을 통한 남다른 경지를 개척해야 한다.

다만 특히 경계할 점은 스스로 총명하다고 여겨 기본을 익히기도 전에 억지로 남다른 경지를 구축하는 데에만 서두르는 일이다. 그것은 砂上樓閣(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물론 서예에만 국한된 이치는 아니리라. ‘鷄肋集(계륵집)’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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