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음악콩쿠르]“한국 가곡 선율에 푹 빠졌어요”

  • 입력 2007년 12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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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음악콩쿠르 2차 예선 과제곡에 포함

외국인참가자 매끄러운 한국어발음에 관객 박수

“나는 수풀 우거진 G산에 쌀으리라∼.”

1, 2일 서울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에서는 푸른 눈과 금발의 외국인 성악가들이 한국의 가곡을 불렀다.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 무대는 동아일보사와 서울시가 공동 주최하는 ‘LG와 함께하는 제3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2차 예선. 모두 4곡(오페라 아리아 2곡과 예술가곡 2곡)의 과제곡 중 한국 가곡을 반드시 한 곡 불러야 하기 때문에 외국인 출전자는 물론 관객들에게는 색다르고 흥미진진한 자리였다.

24명의 2차 예선 출전자 중 외국인은 11명. 이들은 ‘매끄러운’ 한국어 발음으로 ‘강 건너 봄이 오듯’(소프라노) ‘저 구름 흘러가는 곳’(메조소프라노) ‘산들바람’(테너) ‘청산에 살리라’(바리톤·베이스) 등 한국 가곡에 담긴 정서를 표현해냈다. 미국의 테너 데이비드 커크패트릭(31), 러시아의 베이스 에두아르드 찬가(28)는 “발음이 한국인보다 더 정확하다. 순간 한국인인 줄 착각했다”는 관객들의 평가를 받았다.

참가자들은 석 달 전 콩쿠르 사무국에서 보내준 악보와 영어로 표기된 한국어 가사, 음반을 미리 듣고 연습을 해왔으며 대부분 현지에서 유학 중이거나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성악가들에게 발음 교정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멕시코의 바리톤 헤라르도 가르시아카노(35)는 “스위스에서 한국인 성악가에게 특별 레슨을 받았다. 음악 비즈니스계에서 한국인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소프라노 로셸 바드(31)는 “소프라노 조수미의 음반을 듣고 한국인 유학생에게 코치를 받았다. 대회 직전 샌프란시스코와 보스턴에서 이번 대회 출전곡으로 두 차례 독창회를 했는데, 한국 가곡이 아름다워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출전자들은 한국어 발음 중 특히 ‘ㅓ’ ‘ㅡ’ 발음을 어려워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가곡은 선율이 아름답다” “가을 달빛, 안개 낀 강물 등 시어(詩語)가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며 ‘원더풀’ ‘뷰티풀’을 연발했다. 커크패트릭은 “(산들바람에서) 마지막 가사인 ‘꽃이 지면 이 마음 어이해’가 무슨 뜻이냐”며 한국 가곡에 담긴 정서를 기자에게 묻기도 했다.

심사위원장인 강병운 서울대 교수는 “외국인 참가자들도 한국어 발음이 완벽하면 좋지만, 심사위원 대다수가 외국인이어서 큰 제약은 없었을 것”이라며 “각국의 콩쿠르마다 자국 작곡가의 곡을 과제곡으로 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차 예선을 통과한 14명은 4일 낮 12시 반 리사이틀홀에서 결선 진출자(6명)를 가리는 무대에서 다시 한 번 기량을 다툰다. 입장료 2만 원. 02-2020-0736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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