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福을 달라는 간구 기도보다 하나님과 진솔한 대화하세요”

  • 입력 2007년 11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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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의 기도는 그동안 자신의 복을 빌거나 문제점을 해결해 달라는 ‘간구’ 기도 위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기도는 하나님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이라는 본래 의미를 되살려야 합니다.”

기독교 영성에 관심을 가져온 김진(사진) 목사가 ‘하나님과 내통하라’는 책을 내고 28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출간기념회를 가졌다. 그는 크리스찬아카데미 선임연구원을 지냈으며 2000년 ‘씨알수도회’를 만들어 개신교 영성운동을 벌였다. 2004년부터 일반인을 상대로 한 영성 수련장 ‘예수도원’을 열고 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 등 개신교 인사뿐 아니라 이선영 천도교 교화관장, 마가 만일사 주지, 이명아 원불교 보스턴교당 교무, 무속인 정순덕 등 다른 종교 인사도 참석했다.

그는 개신교의 기도가 편협해진 것은 인간이 본연의 ‘신성’을 무시하고 자신을 보잘것없는 존재로만 해석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인간의 자식을 인간이라고 부르는 건 인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자식인 우리들도 역시 신성을 갖고 있습니다. 하나님과 인간은 능력과 성품이 다르지만 존재와 존재로서는 평등합니다. 신과 소통할 수 있는 영성이 우리 안에 내재돼 있는 것입니다. 이걸 부정하니까 자꾸 신에게 뭔가를 바라는 것만 남는 겁니다.”

그가 ‘내통’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하나님이 멀리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나와 내통하는 관계, 즉 한통속이 될 정도로 친밀하게 느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제시한 내통을 위한 기도의 10가지 방법은 ‘지금 여기에서’ ‘사사건건’ ‘다양하게’ ‘세밀하게’ ‘품위 있게’ ‘실속 있게’ ‘줄기차게’ ‘고난 속에서’ ‘유구무언으로’ ‘비전으로’.

“예를 들어 ‘지금 여기에서 내통하라’는 것은 ‘지금 바쁘다,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하나님과 내통하는 시간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일상 속에서 내통하지 못하면 하나님의 존재를 느낄 수 없습니다.”

그의 책은 ‘참 나’와 같은 불교적 표현을 쓴다거나 ‘인간은 신이다’라고 주장하는 등 전통적 기독교 시각에서 보면 이단시될 만한 요소들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을 기독교라는 좁은 틀 안에만 가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하나님과 내통하라고 할 때 하나님은 전통적인 기독교의 하나님이 아닙니다. 부처님 한울님 알라 등으로 대체해도 상관없습니다. 이 책이 성서와 기독교의 언어를 사용했지만 이웃 종교에서 자신과 대화하는 영적인 존재 혹은 진리의 이름으로 대체해도 무방합니다. 어느 종교에서도 기도는 자신이 믿는 대상과 내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는 해마다 6개월씩 인도에 머물면서 명상 수련을 한다. 12월 중순 다시 인도로 떠날 예정이다.

“인도에서 접한 힌두교의 교리나 성자에게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개신교가 더 풍성해지기 위해선 다른 종교에서도 배워야 합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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