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좋아하고 낭만적인 시인으로 유명한 李白(이백)은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勸酒歌(권주가)를 지어 읊었다. “인생은 득의할 때 마음껏 즐겨야 하니, 금 술잔이 빈 채로 달을 대하게 하지 마시오. 하늘이 내게 재능을 주었으니 반드시 쓰임이 있을 것이며, 재물이란 다 흩어졌다가도 다시 돌아오리라.” 또 “한번 마시면 모름지기 300잔은 마셔야 한다”는 구절은 애주가의 호기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하늘이 내린 재능을 지닌 자신이 반드시 잘 쓰이리라는 이 말은, 풀이하기에 따라서는 운명에 맡기려는 안일한 자세나 좌절한 상황에서의 自慰(자위)로 볼 수 있다. 일견 소극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이 말은 오히려 그의 목표 달성에 대한 강한 신념과 자부심을 보여준다.
하나의 구절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이는 적극적으로 풀이한다. 진정 스스로를 아끼고 믿는 이라면 바로 그렇게 풀이할 것이다. 그런 사람이 또 남의 아낌을 받고 믿음을 얻을 수 있다. 진정한 낙천성은 일시적인 현실안주나 타협에서 오기보다는 자아에 대한 확고한 긍정에서 온다. 그것은 목표달성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將進酒(장진주)’라는 노래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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