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마음을 다스리는 책]씩씩한 공주가 가장 예뻐

  • 입력 2007년 10월 27일 02시 58분


코멘트
지난해 겨울 한 친구가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분홍 치마에 분홍 망토, 검은 에나멜 구두를 신은 아이는 금방 동화책에서 나온 공주 같았다. 추운 날씨에 얇은 망토만 걸친 아이는 발을 동동 구르며 덜덜 떨었다. 옷을 왜 이렇게 얇게 입혀서 데려왔느냐고 친구한테 묻자, 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아이는 꼭 치마만 입으려 하고 분홍색만 고집해 아침마다 전쟁을 치른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아이가 마음에 드는 것만 고집하는 것은 기호가 확실해졌다는 증거다. 아이가 성장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크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한테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서 예쁘게 보이는 데 집착한다면, 잘못된 고정관념으로 스스로를 억압하는 것일 수 있다. 이때 아이의 고집을 꺾기보다 여성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그림책을 보여 주자.

로버트 문치의 ‘종이봉지 공주’에는 제목 그대로 종이봉지를 뒤집어 쓴 공주가 나온다.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아름다운 옷을 입고 멋진 성에서 살며 결혼을 약속한 잘생긴 왕자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무서운 용이 나타나 공주의 성을 부수고, 옷을 불태우고, 왕자를 잡아간다. 옷이 없어 종지봉지로 옷을 만들어 입은 엘리자베스는 지혜로 용을 물리치고 왕자를 구한다. 하지만 왕자는 공주의 초라한 옷차림을 탓하며 핀잔을 준다. 그러자 공주는 “넌 옷도 멋지고 머리도 단정해. 진짜 왕자 같아, 하지만 겉만 번지르르한 껍데기야!”라며 당당하게 외치고 결혼하지 않기로 한다.

‘종이봉지 공주’가 운명에 당당히 맞서는 여성이라면, ‘가시내’(김장성 글·이수진 그림)에는 편견에 맞서며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해 내는 ‘갓 쓴 아이’가 나온다. 주인공 여자아이는 날마다 산과 들을 휘젓고 다니며 노느라 늘 땀투성이, 흙투성이, 멍투성이다. 어른들은 그 아이를 못마땅해했다. 그런데 이웃 나라가 쳐들어오자 그 아이는 나라를 지키러 전쟁터에 나간다.

‘종이봉지 공주’와 ‘가시내’의 두 주인공은 남성 중심의 인습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인생을 개척해 나간다. 이들이 진정 아름다운 이유는 외형에 집착하지 않고 스스로를 존중하며 사랑하기 때문이다.

두 동화를 아이들과 함께 읽고, 역할극을 해 보자. 신문지로 큰 봉투를 만들어 입고, ‘종이봉지 공주’가 되어 보는 건 어떨까? 신문지로 만든 갓을 쓰고 ‘가시내’가 되어 보는 것도 멋지다.

동화작가 김리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