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이웃과 통한다 자연과 통한다

  • 입력 2007년 10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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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전지나 씨 부부가 10개월 된 아들과 함께 헤르만하우스 안에 있는 정원을 산책하고 있다. 나무와 잔디, 분수가 어우러진 정원은 주말 저녁이면 주민들이 모여 가든파티를 하는 장소가 된다. 파주=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방송인 전지나 씨 부부가 10개월 된 아들과 함께 헤르만하우스 안에 있는 정원을 산책하고 있다. 나무와 잔디, 분수가 어우러진 정원은 주말 저녁이면 주민들이 모여 가든파티를 하는 장소가 된다. 파주=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타운하우스에 산다는 것

《자연과 가까이 살고 싶어서 10년 넘게 살던 보금자리를 떠났다. 출근길은 고생스러워졌지만 맑은 공기를 마시고 풀벌레 우는 소리를 들으며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게 됐다. 자연과 호흡할 수 있다면 다른 것은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살다 보니 자연보다 더 큰 기쁨을 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웃이다. 아파트에 살 때는 잊고 있던 사람 냄새다.

아파트에서는 우연히 만나 인사를 하는 듯 마는 듯하며 사는 사람들이 정을 나누고 삶의 기쁨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되었다. 이들은 타운하우스에 산다. 전원주택도 아니고 아파트도 아닌 주거 형태인 타운하우스는 일상을 변화시켰다. 주민 공동체가 생기고 그 모습도 날로 달라지고 있다.

경기 파주 출판단지 안에 있는 헤르만하우스와 성남 판교 인근의 린든그로브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헤르만하우스는 14개 동 137채다. 한 가구가 3개 층을 사용하며 전용 면적은 165㎡(50평)다. 린든그로브는 4층짜리 건물 3개 동 52채다. 214㎡(65평형), 247㎡(75평형), 287㎡(87평형)로 구성돼 있다.》

○ 이웃의 부활

린든그로브 101동 주민들은 13일 단체로 1박 2일 지방 여행을 다녀왔다. 101동 주민인 이병채 온양팔레스호텔 사장이 이웃들을 초대해 이뤄진 여행이었다. 숙박비와 부대 비용은 모두 초청자가 부담했다. 이 여행에는 16가구 중 13가구가 참가했다. 린든그로브 주민들은 주말이면 부부 동반으로 골프를 즐긴다. 마음 맞고 시간 맞는 부부들끼리는 해외여행도 다녀왔다.

헤르만하우스에 사는 방송인 전지나 씨의 아들은 태어난 지 10개월밖에 안 됐지만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주민들은 전 씨의 아들을 보면 “헤르만하우스에서 태어난 첫 번째 아기”라며 반가워한다.

아이들은 장난감을 놀이터에 둔 채 그냥 집에 들어가고, 집 앞에 있는 자전거도 별도의 잠금장치 없이 세워 둔다. 외부와는 차단되고 이웃들끼리 서로 잘 알고 지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주민들은 설명한다.

헤르만하우스 주민들은 한두 달에 한 번씩 주말 저녁에 가든파티를 열어 정을 나눈다. 분기별로 중고 장터를 열고 필요한 물건도 교환한다.


▲ 촬영 편집: 동아일보 편집국 특집팀 박영대 기자

이웃이 타운하우스에서 부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린든그로브에 사는 김조영 변호사는 “자연과 가까이 살면서 사람들이 삶의 여유를 찾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커뮤니티가 작아서 서로 모른 체하고 살 수 없는 것도 이유다.

박세호 경기신문 대표이사는 “사는 사람이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얼굴을 마주칠 기회가 많고, 주민들 수준이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다가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얼굴이 알려졌거나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사람이 많다. 린든그로브에는 LG그룹 강유식 부회장 등 기업 최고경영자와 병원 원장, 변호사 등이 산다. 헤르만하우스에는 방송인 송승환 씨와 방송인 전지나 씨 등 문화 예술계 인사가 많이 산다.

○ 집이 바뀌니 일상이 바뀐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헤르만하우스 입구까지 흘러나왔다. 초등학생 예닐곱 명이 자전거를 타고 단지를 휘젓고 다녔다. 도심 아이들이 학원 버스를 탈 시간에 이곳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논다.

“여기 사람들은 사교육을 선호하지 않는다. 동네 분위기가 그렇다. 대신 많이 놀게 한다.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있지만 안 다니는 친구들이 더 많다.”

헤르만하우스 주민 이경원 씨의 설명이다.

부부의 일상도 달라졌다. 서울 강남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오세민 원장 부부는 지난해 1월 린든그로브로 이사 온 뒤부터 오전 5시에 일어난다. 두 사람은 49㎡(15평) 크기의 개인 정원과 132㎡(40평) 크기의 공동 정원에 심은 꽃에 물을 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주말에는 정원에 심을 꽃씨를 구하느라 꽃 시장을 함께 다닌다.

전지나 씨 부부는 서울의 아파트에서 살 때는 주말이면 쇼핑과 외식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요새는 주말 저녁에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한다. 전 씨는 “친구들을 초대하면 처음에는 파주란 말에 선뜻 엄두를 못 내지만 한 번 온 사람은 또 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타운하우스는 주차 스트레스도 없다. 린든그로브는 각 세대 별로 현관 앞에 한 대, 지하 주차장에 두 대를 주차할 수 있다.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되는 것도 아파트와 다른 점이다. 단지 안 사람들끼리는 서로 소통하고 지내지만 단지 밖의 사람들과는 단절이다. 타운하우스만의 커뮤니티라고나 할까. 커뮤니티의 회비 격인 관리비는 비싼 편이다. 린든그로브는 관리비가 100만 원 정도 된다. 가스비와 전기료를 합하면 150만 원이 넘는다. 헤르만하우스는 관리비가 14만 원 선이고, 전기료와 가스비를 합하면 50만 원 정도 된다. 돈을 주고 환경을 산다는 점에선 여느 주거지역과 다르지 않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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