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노트르담 드 파리’ 첫 한국어 공연

  • 입력 2007년 10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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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같던 아쉬움… 젖어버린 감동

“대성당들의 시대가 찾아왔네∼.”

음유시인 그랭구아르가 감미로운 멜로디의 ‘대성당들의 시대’를 노래했다. 이제는 한국어로.

국내에서 프랑스 뮤지컬의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인기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첫 한국어 공연이 23일 경남 김해시 김해문화의전당에서 선보였다. 연출, 조명 등 프랑스 스태프가 내한해 한국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 만들었다. ‘한국어로 부르는 프랑스 뮤지컬이 과연 통할까’라는 우려와 달리 한국어로 듣는 ‘노트르담…’의 노래는 어색하지 않았다. 어떤 언어로 불러도 여전히 아름다운 멜로디 덕분이다.

하지만 ‘오페라의 유령’ 등 인기 뮤지컬이 한국어 라이선스로 먼저 소개된 뒤 오리지널 팀의 내한공연이 이뤄진 반면 ‘노트르담…’은 프랑스 오리지널팀 공연의 성공에 힘입어 한국어 공연이 뒤늦게 만들어진 이례적인 경우다. 이 때문에 ‘노트르담…’ 한국어 버전은 한껏 높아진 관객들의 눈높이와 기대치를 만족시켜야 하는 만만치 않은 부담을 안고 시작하게 됐다.

대부분 뮤지컬 경험이 거의 없는 신인으로 캐스팅된 배우들의 가창력은 무난히 합격점을 줄 만했다. 특히 오리지널 카지모도의 음색과 거의 흡사한 신인 윤형렬을 주목할 만했다. 부진했던 1막과 달리 2막에서는 솔로곡 ‘불공평한 이 세상’과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곡 ‘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여’를 관객들의 가슴을 저릿하게 할 만큼 잘 불러 내년 서울 공연에서 더 발전된 모습을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대사 한마디 없이 오로지 54곡의 노래로만 이어지는 이 뮤지컬은 되레 연기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 대부분 뛰어난 가창력에도 불구하고 어색한 몸동작과 표정연기로 신인 티를 벗지 못했다. 서범석만은 노련하게 프롤로의 캐릭터를 살려 냈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것은 무용수들이었다. ‘노트르담…’의 또 다른 매력은 16명의 무용수에게서 나온다. 별다른 세트 없이 텅 빈 무대를 꽉 채우는 것이 바로 이들이 무대를 휘저으며 뿜어내는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공연에서는 국내 무용수들은 충분히 서로 즐기며 자유롭게 뛰노는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다. 개개인의 춤 솜씨는 뛰어날지 몰라도 극 전개에 맞춰 희열, 분노 등의 감정을 전달하기엔 표정이 단조로웠고 무용수끼리 교감하며 나누는 손짓이나 눈빛 등 섬세한 표현력이 아쉬웠다.

‘노트르담…’의 한국어 공연은 무대, 의상, 노래 등 큰 틀에서는 원작과 비슷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조금씩 쌓이는, 작은 아쉬움들 때문에 원작에서 느낀 것 같은 큰 감동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음유시인 그랭구아르도 극중에서 노래하지 않았던가. “언제나 작은 것이 큰 것을 허문다”고.

김해=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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