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63>桃李不言, 下自成蹊

  • 입력 2007년 10월 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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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나무와 오얏나무는 말이 없어도 그 아래에 저절로 길이 난다.

桃李(도리)는 복숭아나무와 오얏나무, 또는 그 꽃이나 열매를 가리킨다. 오얏은 자두라고도 한다. 桃李(도리)는 또 젊음을 의미하니, 桃李年(도리년)은 청춘이나 한창 때를 가리킨다. 가르친 제자나 이끌어준 후배를 가리키기도 해서 桃李滿天下(도리만천하)는 제자나 후배가 천하에 가득하다는 뜻으로, 훌륭한 제자나 후배를 많이 두었음을 칭송하고 축하하는 말로 오늘날에도 흔히 쓰인다.

不言(불언)은 자랑이나 선전의 말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自(자)는 저절로의 뜻이다. 成(성)은 이룬다는 뜻이다. 蹊(혜)는 도로라는 뜻이다. 원래는 작은 길 또는 지름길을 가리킨다. 蹊徑(혜경)은 지름길이나 좁은 길 또는 방법이나 수단 및 경로의 뜻이다.

복숭아나무와 오얏나무는 사람을 부르는 아무런 자랑이나 선전의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이 찾아들어 그 아래에 길이 생기는 것은 왜인가? 달콤한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그렇듯이 덕이 있는 사람은 비록 나서서 무어라 선전하거나 자랑하지 않아도 많은 이가 찾아와 따른다.

음식이 맛있고 친절한 식당은 선전하지 않아도 사람이 저절로 찾아든다. 이익이 나고 이권이 있는 곳에도 어찌 알았는지 사람이 몰려든다.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좋아하는 바가 떳떳한 것이고, 그 모여듦이 질서를 해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2100년 전에 漢(한)나라의 李廣(이광)이라는 장군은 훌륭한 품덕으로 많은 이의 사랑과 흠모를 받았다. 위대한 역사가인 司馬遷(사마천)은 그를 칭찬하며 당시의 이 소박하고 생동감 넘치는 속담을 인용했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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