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언론 대못질’]제1부⑥제구실 못하는 신문유통원

  • 입력 2007년 9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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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유통원이 공배센터에 지원한 배달 오토바이들. 하지만 막대한 국고를 들인 공배센터가 부실하거나 편법으로 운영돼 세금 낭비를 부채질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신문유통원이 공배센터에 지원한 배달 오토바이들. 하지만 막대한 국고를 들인 공배센터가 부실하거나 편법으로 운영돼 세금 낭비를 부채질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신문의 공동배달(공배)을 지원하는 신문유통원(원장 강기석)은 최근 200개 센터 설립 기념식을 가졌다. 유통원은 지난해 4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부근에 첫 센터를 연 뒤 지속적으로 신규 센터를 설립하고 있으며 연말에 이르면 모두 296개 센터가 설립된다. 유통원은 신문법에 따라 만든 문화관광부 산하 기관으로 지난해 100억 원, 올해 350억 원의 국고를 지원받아 사업을 벌이고 있다. 유통원은 각 공배 센터에 사무실 임차료와 운영비 등으로 3000만∼8000만 원을 지원한다.》

유통원의 설립 취지는 소외지역의 정보 선택권을 넓히고 여론의 다양성을 담보하기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신문사들의 유통망을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을 받는 신문사들이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며 지원도 차별화할 것이라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유통원이 발행하는 ‘해다미’ 창간호(2006년 7월)에도 “산간 오지나 도서 벽지까지 보고 싶은 신문을 배달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 공배 센터들은 오지 등 배달소외지역보다 배달에 문제가 거의 없는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집중되고 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언론학계에서는 유통원이 정부에 비판적인 메이저 신문들의 배달망을 옥죄기 위해 공배 센터 설립을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유통원이 공배 센터 수 늘리기에 급급해 무자격자의 센터 설립이나 지원금 전용 등 부실 운영 사례가 드러나면서 세금 낭비를 부채질하고 있다.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된 공배 센터=현재 전국에 개설된 공배 센터는 서울 83개를 비롯해 경기 67, 부산 6, 인천 12, 대구 4, 대전 9, 광주 2, 강원 13, 충북 5, 전북 10, 전남 1, 경북 2, 제주 1곳 등 모두 215곳. 이 중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162곳,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대도시 21곳으로 85%를 차지한다. 수도권이나 대도시는 기존 배달망이 존재하고 시장원리에 따라 공동배달을 하는 곳도 많아 정부가 국고를 들여 신규 배달망을 확충할 필요가 없는 곳이다.

유통원 관계자는 “2010년까지 수도권 235곳, 지방 330곳 등 총 565곳의 센터를 열 계획이며 내년부터 지방 센터 설립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국고가 지원되는 2010년까지 전국에 배달망을 형성하려면 신문 부수의 70%가 집중된 수도권에서 수익을 창출해야 물량이 적은 소외 지역 배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통원은 “수도권과 대도시의 센터들이 대부분 적자를 보고 있다”고 말하고 있어 배달소외지역의 센터 설립은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재천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특임교수는 “국민의 세금으로 배달망을 구축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은 편법”이라며 “현재 유통원도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동아일보나 조선일보 등 현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기 위해 다른 신문들의 유통망을 확충하려는 것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 설립에도 규정 위반 많아=유통원은 초기 공배 센터 설립 시 최소한 3종의 신문과 기존 지국장 2명이 합쳐 만드는 것으로 규정했으나 현장에서는 이 규정이 무시되고 있다.

서울 남부지역에서 3개의 신문을 함께 돌렸던 A 지국장은 지난해 말 유통원 직원에게 공배 센터 설립 제안을 받았다. 유통원 직원은 신문과 관련 없는 사람과 함께 해도 괜찮다며 참여를 권유했다. A 지국장은 직장인인 매형의 명의로 공배 센터에 참여했다. A 지국장은 기존 사무실을 그대로 이용하며 유통원이 지원해 준 사무실은 비워두고 있다. 그는 “일단 사무실부터 얻으라고 해서 얻었지만 당장 쓸 일이 없다”며 “유통원 직원이 사무실에 간판을 걸고 사진만 찍어갔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1개 메이저 신문만 배달하는 지국장에게도 센터 설립을 권유하고 있다. B 지국장은 “메이저 신문 지국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기준을 낮춘 것”이라며 “센터 수를 늘리기 위해 변칙을 동원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원금 전용=인천의 C 지국장은 5월 공배 센터를 차리면서 유통원에서 사무실 임차료로 8000만 원을 지원받았으나 이 돈과 은행에서 빌린 돈을 합쳐 자기 명의로 건물을 구입했다. 유통원에는 매입 건물의 일부를 사무실로 쓰는 것처럼 꾸며 서류를 건넸다. 유통원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지원금 전액을 회수했다.

대전 지역의 한 공배 센터는 D신문의 지국장 배우자가 사실상 운영하고 있다. 유통원은 그에게 사무실 임차료로 3000만 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그는 공배 센터 사무실을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고 D신문 지국 사무실을 공동 사용하고 있다. 정부 지원금이 사적으로 이용된 셈이다.

2000만∼3000만 원씩 지원되는 운영비도 사용처에 대한 보고서를 유통원에 내지만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한 센터장은 “유통원이 보고서를 승인하는 절차도 없고 감사를 받은 적도 없어 대충 기입한다”고 말했다.

▽무리한 센터 설립=유통원은 올해 예산 380억 원 중 300여억 원을 공배 센터 설립과 운영비로 책정하고 223곳의 센터 개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주말을 빼면 하루에 한 곳꼴로 센터를 설립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지역별 배달 여건의 차이가 두드러지기 때문에 유통원이 성과에만 급급해 무리하게 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면 부산의 경우 부산일보와 국제신문이 독자적인 배달망으로 다른 신문을 함께 배달하고 있어 신규 공배 센터가 진입하기란 쉽지 않다.

유통원 관계자는 “올해 센터 설립 계획이 벅차긴 하지만 시장 조사를 해 놓았기 때문에 무리는 없다”며 “올해도 여러 차례 센터 시찰을 하면서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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