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速棋 프로대회 한국바둑 망쳐”…월간바둑 “질적 저하 초래”

  • 입력 2007년 7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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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기전의 속기화가 세계대회에서 한국 바둑의 퇴조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나온 월간바둑 8월호는 창간 40주년 특집 ‘기전 속기화 추세 이대로 좋은가’에서 속기 기전의 범람에 따른 부작용을 진단했다.

현재 국내 기전은 모두 15개이나 이 중 6개만 제한시간이 1시간 이상일 뿐 나머지는 모두 5∼20분 이내의 초속기로 치러진다. 특히 전자랜드배 한국바둑리그 물가정보배 원익배 등 2004년 이후 신설된 기전은 모두 제한시간 10분의 속기전이다.

그러나 속기전이 급증하면서 제한 시간이 2∼3시간인 세계대회에서 한국 기사들이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고 월간바둑은 지적했다.

한국 바둑은 2000∼2005년 6년간 세계대회에서 23번 우승했으며 우승을 놓친 적이 5번밖에 없어 ‘한국 바둑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2006년부터 올 6월까지 한국 기사가 우승한 것은 2번밖에 없으며 중국 일본 대만이 5번의 우승을 나눠 가졌다.

김승준 9단은 “속기에 길든 국내 기사들이 3시간짜리 바둑에 적응하지 못해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중국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대국 수(1인당 22판)도 많은 바둑 대회인 중국바둑리그의 경우 제한시간이 2시간 40분으로 국제대회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사들이 부진한 이유를 공동 연구 모임이 줄고 연구열이 떨어진 데서 찾을 수 있지만 기전의 속기화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속기 기전에선 시간에 쫓겨 정확한 수읽기보다 감(感)에 의존하는 경향이 두드러져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속출하고 바둑의 질적 저하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기전의 속기화 추세는 홍보 효과를 위해 주최사가 TV 중계에 매달리기 때문이다. 케이블 바둑TV의 임진영 PD는 “시청자가 지루하지 않게 생중계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2시간”이라며 “이에 맞추려면 제한시간 10분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김 9단은 “관중을 위한 속기 기전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너무 많은 게 문제”라며 “다양한 제한시간을 갖춘 기전을 골고루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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