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들이 초대한 유럽미술 여행…비엔나미술사박물관전

  • 입력 2007년 6월 2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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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 루벤스, 벨라스케스 등 바로크

미술을 이끌었던 거장들의 걸작과

르네상스 시대 명작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이들 명작을 나란히 비교해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서양 미술사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전시다.

전시는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26일∼9월 30일 열리는

‘비엔나미술사박물관전-합스부르크

왕가 컬렉션’. 오스트리아 빈(비엔나)에 있는

미술사박물관의 소장작품 중 64점을 선보인다.》

1891년 개관한 비엔나미술사박물관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스페인 프라도미술관과 함께 유럽의 3대 박물관으로 손꼽히며 합스부르크 왕가가 수집한 예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16세기 막시밀리안 1세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 즉위한 이후 프랑스를 제외하고 사실상 유럽 전역을 통치해 온 유럽 왕가의 종가.

한국 전시의 특징은 대공 페르디난트 2세부터 루돌프 2세,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까지 전성기를 누린 왕들이 수집한 작품을 모았다는 점. 덕분에 전시작과 함께 유럽의 정치·사회사도 함께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작품들도 역사 이해를 돕기 위해 컬렉터(왕이나 대공)별로 배열했다.

전시작 중 렘브란트가 아들을 그린 ‘책을 읽는 화가의 아들 티투스 판 레인’은 특히 돋보이는 작품 중 하나. 어둡고 내밀한 분위기와 아들의 이마에 감도는 빛줄기가 대조를 이루며 경건함마저 전해 준다.

스페인 궁정화가 벨라스케스의 ‘흰 옷의 어린 왕녀 마르가리타 테레사’도 걸작이다. 테레사 공주의 어릴 적 초상으로 남편으로 예정된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레오폴트 1세에게 성장기록물로 보내진 그림이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을 소재로 한 루벤스의 대작 ‘시몬과 에피게니아’도 눈길을 끄는 작품. 불그스름한 볼과 육감적인 하얀 피부의 여성 등 루벤스 작품의 특징을 한눈에 보여 주는 작품이다.

전시에는 부르고뉴 지방의 세련미를 과시한 ‘마리 드 부르고뉴’(니클라스 라이저), 허구적인 정물화로 삶의 덧없음을 비유한 ‘작은 꽃다발’(얀 브뤼헐), 16세기 베니스 최고의 화가 티치아노가 78세에 그린 ‘그리스도의 매장’ 등도 선보인다.

관람료는 초등학생 7000원, 청소년 9000원, 어른 1만2000원. 02-2022-0600

허엽 기자 heo@donga.com

▼카를 슈츠 회화관장 “유럽미술 모든 유파 망라 숨은 보물 감상 기회 될것”▼

“비엔나미술사박물관의 소장품은 15∼18세기 유럽 미술의 모든 유파를 망라하고 있습니다. 루브르박물관의 소장품은 프랑스에 한정돼 있으나 우리 박물관은 프랑스를 제외한 거의 모든 유럽 지역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최근 오스트리아 비엔나미술사박물관에서 만난 카를 슈츠(62·사진) 회화관장은 “소장품을 한국에서 처음 전시하는데 한국 애호가들에게는 ‘숨은 보물’을 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전시작들은 합스부르크 왕가 전성기 시절의 작품이어서 ‘유럽 미술사’라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는 설명이다. 미술사박물관 소장품 중 회화는 7000여 점. 이 중 64점을 한국에 보낸 그는 “여러 차례 논의 끝에 한국의 기획 취지가 좋아 (아끼는) 그림을 많이 양보했다”며 웃었다. 미술사박물관에선 컬렉터별로 구성하는 한국전과 달리,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4개 국가로 구분해 70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슈츠 관장은 한국 전시 구성에 대해 “합스부르크 왕가가 지배한 당시 유럽의 역사적 배경과 함께 이해하면 유럽 문화사를 좀 더 잘 알 수 있는 기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2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1층 강당에서 ‘합스부르크 왕가의 위대한 유산’이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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