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들려주는 인생수업]사소한 것에 감동받고 싶다

  • 입력 2007년 6월 22일 02시 58분


코멘트
나이가 들어가면서 여간해서는 잘 놀라지 않게 됐다.

혁명이 일어나도, 전쟁이 터져도, 동족살상을 보아도, 천문학적인 부정축재가 밝혀져도, 존속살인을 보아도, 한강다리가 무너져도, 백화점이 주저앉아도, 패륜적인 사생활을 보아도, 분신자살을 보아도, 심지어 예술이라고 포장한 거짓말 덩어리를 보아도 별로 놀라지 않는다.

이제 볼 만큼 다 봤다는 얘기고 인간의 악행이 무한대로 진행되는 꼴을 지겹도록 목격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진실 따위는 없다’는 얘기도 된다.

이 꼴 저 꼴 다 보았으니 무감각밖에 남은 게 없는 것 같다. 어떤 면에서는 편한 구석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어떤 아쉬움이 늘 목마름처럼 따라다닌다. 그래도 남은 생에 뭔가 좀 그럴싸한 것을 보고 겪고 싶은 마음,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내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그 무엇이 마음을 간질일 때가 있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 관심은 오직 나와 주변에만 국한돼 있었다. 특히 나 자신에게 집중돼 있었던 것 같다. 희망이란 모두 나와 가족에 관한 것들이었다. 성공을 했으면, 집을 샀으면, 돈을 벌었으면…. 그러나 이제 나이가 들고 보니 나보다는 남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내 개인에 관한 관심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먹고사는 기본 적인 일이었다. 나는 그저 그런 수십억 인구 중의 한 명일 뿐이었고, 나의 관심이란 게 그저 모래알만 한 그런 크기였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오로지 나’에서 벗어나 좀 더 산 것처럼 살다 가고 싶다. 그래야 저세상에 가서도 아름다운 것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우리는 크고 대단한 것, 충격적인 것, 강렬한 것, 잘난 것, 세계 최대의 것, 그리고 악하고 부정적인 것들에 지쳤다. 사실, 우리의 굳은 감각을 깨울 수 있는 것은 이런 것들이 아니라 작고 아름다운 것들이다. 가슴을 울리는 따뜻한 미담 하나, 타인과 나누는 정다운 이야기, 풀꽃 한 송이 같은 것들 말이다.

소설가 이청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