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래하는 연기자’ 스타니슬랍스키 오페라
‘스페이드의 여왕’ 공연은 경기 고양시 고양아람누리극장 개관 기념으로 마련된 러시아 모스크바 스타니슬랍스키극장 오페라단 초청 무대다. 오페라단, 오케스트라, 합창단, 발레단까지 200여 명이 내한하는 대규모 무대로 7월 5∼7일 열린다. 이에 앞서 이 오페라단은 이달 28∼30일 같은 무대에서 비제의 ‘카르멘’을 파격적인 연출로 선보인다.
스타니슬랍스키(1863∼1938)는 20세기 사실주의적 연기 이론의 기초를 닦은 러시아의 배우이자 연출가. 모스크바 시립 스타니슬랍스키극장은 그와 극작가 네미로비치단첸코가 각기 운영해 온 극장이 1941년 합병되면서 설립됐다. 연극의 대가들이 설립한 스타니슬랍스키극장의 오페라는 현대적 연출과 섬세하고 내면화된 연기력이 특징이다.
“스타니슬랍스키와 네미로비치단첸코는 기성 오페라를 ‘의상만 입은 콘서트’와 다름없다고 반대했어요. 드라마에 더 가까운 오페라를 만들고자 했지요. 그들은 단원들을 오페라 가수(singers)가 아니라 ‘노래하는 연기자’(Singing Actor)로 훈련시켰죠.” (알렉산드르 티텔 예술감독의 e메일 인터뷰에서)
○ 도박, 사랑, 살인…파격적 무대
“내가 만약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면 ‘스페이드의 여왕’은 내 생애 진정한 최고의 작품이 될 것이다.”(차이콥스키)
1890년 차이콥스키가 44일 만에 완성한 ‘스페이드의 여왕’은 부귀와 명예를 찾아 도박에 빠진 인간의 추악한 욕망과 허망한 최후를 다룬 작품이다.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주인공은 주식, 복권, 카지노 열풍에 빠진 현대인과 비슷하다.
스페이드의 여왕은 ‘비창’ 교향곡과 더불어 차이콥스키의 말년의 체념과 죽음의 정서를 담은 대표적 명작이다. 티텔 예술감독은 “스타니슬랍스키극장은 1976년 이 작품을 초연했는데 그 이후 현실과 환상이 혼재된 인간의 욕망과 복잡 미묘한 심리를 표현하는 이 극장의 스타일을 대표하는 오페라가 됐다”고 소개했다.
‘카르멘’의 파격적인 해석도 볼거리다. 이번 무대에서 집시풍의 치렁치렁한 검은 머리에 빨간 치마를 입은 카르멘은 없다. 노출이 심한 나이트가운을 입은 금발의 카르멘이 등장한다. 그녀는 더는 한 많은 집시가 아니다. 티텔 예술감독은 “극중 사랑과 화해, 살인이 벌어지는 이층 난간 무대 장치를 비롯해 현대적이며 연극적 해석이 담긴 작품”이라며 “금발의 유혹적인 카르멘의 모습은 아마도 어느 작품에서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카르멘’ 28∼30일 오후 7시 △‘스페이드의 여왕’ 7월 5∼7일 오후 7시. 3만∼15만 원. 1577-7766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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