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든 꽃도 그의 손에선 다시 봄을 피운다

  • 입력 2007년 6월 19일 20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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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 양파 백지영, 아이비, 등 여가수들의 히트곡을 잇달아 작곡한 박근태. 사진 제공 오렌지쇼크
이효리, 양파 백지영, 아이비, 등 여가수들의 히트곡을 잇달아 작곡한 박근태. 사진 제공 오렌지쇼크
엄밀히 말해 그녀들이 필요했던 것은 작곡가가 아니라 구세주였을지 모른다. 드라마 '세잎클로버'의 시청률 저조로 위기에 놓였던 이효리부터 'B양 비디오'의 주인공 백지영, 섹시스타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었던 아이비, 그리고 6년 만에 컴백하는 양파까지. 단순한 신곡 발표를 넘어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이들, 자연스레 발걸음은 작곡가 박근태(35)로 향했다.

그가 준비한 것은 음악만이 아닌, 기존의 이미지를 대체할 새로운 '옷'이었다. 2005년 이효리의 광고음악 '애니모션'을 시작으로 2006년 백지영의 발라드 '사랑 안 해', 올해 발표된 아이비의 '유혹의 소나타'와 양파의 '사랑… 그게 뭔데'까지 그에게는 어느덧 '여가수 컴백 전문 작곡가'라는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재해석이 필요한 가수들과 작업을 한 거죠. 신인 가수와 달리 기성 가수 특히 여가수들에게는 잘 맞는 옷, 다시 말해 히트작이 있는데 전 답습하지 않고 버렸죠. 사람들이 잘 모르는, 그 가수의 다른 매력을 찾고 싶었죠."

1992년 가수 박준하의 앨범을 시작으로 15년 간 작곡가의 길만 걸었으니 이론부터 육감까지 구력이 붙을 대로 붙었을 듯 하다. 여가수들과의 작업 역시 '식은 죽 먹기' 아니었을까?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실 남자가수나 여자가수나 작업의 차이는 없어요. 전 작업을 할 때 '컨셉트'를 가장 중시해요. 가수의 생김새, 목소리, 행동 등 총체적으로 이미지를 그리다 어느 날 뚝 떨어지는 느낌을 받아요. 그 후 바로 악보를 그리고 작업을 하죠."

이런 이유 때문일까? 그에게 가장 힘들었던 가수를 묻자 바로 아이비를 꼽는다. "'유혹의 소나타' 아이디어가 탄생하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는 것. 백지영 역시 "이미지가 부정적이어서 차라리 발라드로 우회하자는 생각을 했지만 정작 본인은 부르기 싫다고 울면서 호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1994년 첫 히트작 '룰라'의 '백일째 만남'부터 '에코'의 '행복한 나를', '젝스키스'의 '폼생폼사' 등을 히트시키며 윤일상, 주영훈, 김형석 등과 함께 1990년대 대표 작곡가로 명성을 얻었다. 신기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티의 '시간이 흐른뒤', 조PD의 '친구여' 등 더 많은 히트곡을 냈다는 것. 어느덧 히트곡만 200곡에 이른다. 그에게 한해 수입을 묻자 "과분하게 수입을 얻었다"라는 말로 대신했다. 그만큼 급변하는 가요 환경에 적응을 잘 했다는 걸까?

"사실 전 최근 음악을 잘 듣지 않아요. 간결해졌고 모양새가 비슷한, 소위 '주제'가 분명한 곡들이 많아서 거기에 심취하다보면 헤어나오지 못해요. 시장도 좁아졌고 컴퓨터로 음악을 듣는 시대다보니 짧은 시간에 사람들의 귀를 끌어야 하죠."

"내 음악적 뿌리는 1970년대"라는 그는 요즘도 스티비 원더, 아바 같은 가수들의 음악을 주로 듣는다. 그것은 요즘 음악이 채워주지 못하는 풍성한 아이디어 때문이라는 것. 어릴 때 고교 밴드부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던 그가 작곡가가 된 것도 그런 음악이 주는 신선함 때문이었다. 오디션을 보기 위해 작곡을 하던 중 음악적 지식이 부족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 음악을 듣고 악보에 옮겨 적는 일부터 화성법 등을 닥치는 대로 독학했다.

기획사 '오렌지쇼크'의 대표이사로도 활동하는 그는 현재 휘성, 이루, 고유진 등 남자 가수들의 음반에 참여하고 있다.

김범석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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