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16>斷鶴續鳧

  • 입력 2007년 6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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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계속하여 이어가는 것을 고귀하게 여기는 인식이 있다. 전통이 그렇다. 초등학교나 중고교의 교육에서는 선배의 좋은 전통을 이어가자는 이야기가 흔히 나온다. 가문의 전통을 이어가려는 의식도 마찬가지다. 단체나 조직도 좋은 전통을 이어가려는 의식이 강하다.

이런 의식의 내면에는 현재의 상황을 역사라는 객체 속에 존재하게 함으로써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으려는 생각이 상당히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잇고자 해도 이어지지 않는 것이 있다. 나무와 쇠가 이어지지 않듯이, 아무리 이으려 해도 이어질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 이러한 것을 이으려 할 때는 무리가 생긴다.

斷鶴續鳧(단학속부)라는 말이 있다. 斷은 자르다, 절단하다라는 뜻이다. 斷想(단상)은 잘라진 생각, 즉 잠깐잠깐의 생각이라는 말이고 決斷(결단)은 제방을 터서 물결이 넘치고 그 물결이 논밭 등을 잘라놓다라는 말이다. 決은 제방을 트다, 제방을 무너뜨리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決斷코’라는 말은 물결이 휩쓸 듯이 과감하게라는 말이 된다.

鶴은 학이지만 여기에서는 학의 다리를 뜻한다. 학은 새 가운데에서 가장 긴 다리를 가지고 있다. 續은 잇다는 뜻이다. 連續(연속)은 연이어 이어간다는 뜻이고 斷續은 끊어졌다가 이어가고, 끊어졌다가 이어감을 나타낸다. 鳧는 오리라는 뜻이지만 여기에서는 오리의 다리를 나타낸다. 오리의 다리는 아주 짧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斷鶴續鳧는 학의 다리를 잘라서 오리의 다리에 잇는다는 말이 된다. 학의 다리가 길고 오리의 다리가 짧지만 그렇다고 하여 학의 다리를 잘라 오리의 다리에 이을 수는 없다. 세상에는 이어지는 것이 있고, 이어지지 않는 것이 있다. 모든 것을 이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세상을 속이는 것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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