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처, 기자실 폐지 근거 ‘해외사례 原자료’ 정보공개 거부

  • 입력 2007년 6월 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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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홍보처가 외국의 한국대사관을 통해 수집한 외국의 기자실 운영 실태에 관한 원자료(原資料)를 ‘대외비’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해 알 권리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본보는 최근 홍보처를 상대로 외국의 기자실 운영 실태에 관한 원자료 정보 공개를 청구했으나 홍보처는 7일 “동아일보의 청구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보처 관계자는 이날 “같은 사안에 대해 시민 2명이 정보 공개를 청구했으나 최근 ‘대외비로 공개 불가’ 결정이 내려졌고 곧 그 결과를 공식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보처는 공개 불가 이유에 대해 △자료를 만든 외교통상부에서 ‘대외비’로 분류한 문건이고 △공개됐을 경우 외교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있으며 △중요한 내용은 이미 모두 공개됐다는 점 등을 들었다.

홍보처는 취재원 이름 등 외교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삭제한 형태의 ‘일부 공개’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홍보처가 이른바 ‘취재 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국민에게 제시한 외국의 사례가 대외비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홍보처는 “각국 주재 한국대사관을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과 같은 기자실 시스템을 운영하는 나라는 일본밖에 없다”며 지난달 22일 기자실 통폐합을 골자로 한 ‘취재 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 언론의 취재 결과 미국은 각 부처에 ‘기자실(Press Room)’을 운영하고 있는 등 외국의 기자실 운영 실태가 홍보처 발표와는 다르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각국 주재 한국대사관의 조사가 정확했는지와 홍보처가 각 대사관으로부터 받은 조사 결과를 임의로 선별 또는 왜곡 발표한 것이 아닌지 등을 놓고 논란이 계속돼 왔다.

또 홍보처가 기자실 통폐합과 공무원 접촉 제한에 따른 부작용은 정보공개 청구 활성화를 통해 보완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히고도 정보공개를 거부한 데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이는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정부가 입맛에 맞는 정보만 선별 공개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한 사례라는 지적이다.

한국국가기록연구원의 전진한 선임연구원은 “‘대외비’는 그동안 정부가 불리한 정보를 감추기 위해 자의적으로 지정하는 경우가 많았고, 법적 근거도 약해 최근 국가정보원에서 발의한 ‘비밀보호법’에서 그 조항이 삭제됐다”며 “국민을 상대로 발표한 내용을 ‘대외비’라고 주장하는 것은 공개를 거부하기 위한 악의적 판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영석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장은 “시대 흐름은 정부와 권력자들이 국민에게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공식 발표 내용 외에 다른 정보를 접할 수 없게 된다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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