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14>嘗鼎一(련,연)

  • 입력 2007년 6월 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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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것을 경험해 보아야만 아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원리를 알면 이에 수반되는 현상을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이라는 사실을 알면, 일 억 더하기 일 억이 이 억이라는 것을 안다. 그 둘 사이 크기의 차이는 엄청나지만 원리상의 차이는 전혀 없다. 해와 달의 운행 원리를 알면 우리는 천 년 후의 동지와 하지의 날짜를 알 수 있으며, 천 년 후의 일식과 월식의 날짜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흔히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말하는 것이다.

‘嘗鼎一(련,연)(상정일련)’이라는 말이 있다. ‘嘗’은 ‘맛보다’라는 뜻이다. ‘鼎’은 ‘솥’이라는 뜻이다. 頂上會談(정상회담)은 나라의 우두머리들이 모인 회담이고, 鼎上會談(정상회담)은 세 나라의 우두머리들이 모인 회담이다. 예전의 솥은 다리가 세 개였기 때문에 이런 말이 생겼다. ‘鼎立(정립)’은 ‘세 사람 또는 세 개의 세력권이 대립하고 있는 것’을 나타내는데, 이것도 솥의 세 개의 다리에서 나온 의미이다. ‘一’은 ‘하나’라는 뜻이지만 여기에서는 ‘한 조각’이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련,연)’은 원래 ‘저민 고기’라는 뜻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삶은 고기’라고 보는 것이 좋다. 그러므로 ‘一(련,연)’은 ‘한 조각의 삶은 고기’라는 말이 되고, ‘鼎一(련,연)’은 ‘솥 안에 있는 한 조각의 삶은 고기’라는 말이 된다. 그러므로 ‘嘗鼎一(련,연)’은 ‘솥 안에 있는 한 조각의 삶은 고기를 맛보다’는 말이 된다. 솥 안에 있는 한 조각의 삶은 고기를 맛보면 그 안에 있는 모든 고기의 맛을 알게 된다. 다시 말하면 솥 안의 고기가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를 알기 위하여 솥 안의 고기를 모두 먹어 볼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한두 가지의 행동을 보고도 그 사람의 모든 행동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이며, 한두 사람의 행동을 보고도 그들이 속한 집단의 성격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두 가지의 행동이 중요하고, 한두 사람의 행동이 또한 중요한 것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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