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욕망의 근원을 찾다…‘욕망의 심리학 시리즈’

  • 입력 2007년 5월 26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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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심리학 시리즈(시기 탐식 화 게으름 탐욕 정욕 자만·전 7권)/조지프 엡스타인 외 지음·김시현 외 옮김/92∼180쪽·9000∼1만 원(세트 6만5500원)·민음in

“전염성 강한 탐욕은 곧 국가적 질병.”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이 한 말이다. 기독교 불교 도교 힌두교 할 것 없이 세계의 모든 종교는 탐욕을 인간 최악의 죄악으로 여기며 멀리할 것을 설파했다. 문학과 미술작품도 마찬가지다. 화가 피테르 브뢰겔이 1557년 제작한 판화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먹는다’는 탐욕의 섬뜩함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어부가 잡은 커다란 물고기의 배를 가르자 무수한 작은 물고기가 쏟아져 나오고 이 작은 물고기들은 더 작은 물고기들을 토해 낸다.

그러나 탐욕이 역사 속에서 항상 끔찍한 죄악의 이미지로만 묘사됐을까. 니체는 인간을 완성시키는 도구로 탐욕과 시기, 증오를 제시했다. 20세기 영화들은 탐욕을 찬미했다. 20세기의 화가 마리오 도니체티는 탐욕을 비극적 아름다움으로 표현했다.

탐욕 시기 탐식 화 게으름 정욕 자만…. 절대 빠져선 안 될 유혹으로 여겨진 이 대죄들에 대한 근원적인 통찰이 이 시리즈의 목적이다. 뉴욕공립도서관과 옥스퍼드대 출판부가 함께 기획해 각 분야의 영향력 있는 전문가 7명이 각각의 욕망에 대해 집필했다.

저자들은 하나같이 이 욕망들이 죄악으로만 여겨진 것은 아니며 역사와 문학, 예술에서 다양한 이미지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동서고금의 철학자와 예술가, 이데올로기, 작품을 넘나들며 이 욕망들의 근원을 좇는다. 이 욕망들을 무조건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으면서 욕망의 본질에 진지하게 접근하는 것이 이 시리즈의 특징이다.

저자들은 화의 파괴성을 이해시킨 뒤 화의 노예에서 벗어나 인내의 달인으로 성숙해 가는 방법을 안내하기도 하고, 게으름을 지적 예술적 활동의 원동력으로 승화시킨 위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몸만 바쁜 현대인을 풍자하기도 한다.

선악의 이분법으로만 가름해 욕망을 억제할 것을 강요하거나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성찰 없이 욕망을 찬양하는 것에서 한발 물러난 철저한 고증과 통찰이 매력적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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