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재인 듯 상상인 듯… 우리네 山

  • 입력 2007년 4월 30일 03시 01분


코멘트
전래식 씨 조형산수화展

‘사실주의적 수묵화에서 추상으로, 추상에서 다시 구상으로.’

전래식(65) 동아대 예술대 교수가 천착해 온 화업 40년의 변화다. 자기 작품 세계에 대해 반란에 반란을 거듭한 셈이다. 1990년대부터 갈무리해 온 그의 구상은 이제 ‘조형산수(造形山水)’로 불린다. 산수화이지만 비구상적 현대적 조형미가 가득하다는 의미다. ‘캔버스’는 옥양목을 배접해 만들었고 재료는 먹과 아크릴을 사용했다.

전 교수는 화업 40년을 맞아 조형산수를 담은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를 열고, 기념 화집도 냈다. 전시는 5월 2∼8일 서울 인사아트센터(02-736-1020), 5월 11∼17일 부산 롯데화랑(051-810-2328)에서 열린다.

전시작들은 40여 점의 대작으로 모두 ‘조형산수’ 작품이다. 전통 산수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유자적의 풍경인 듯하지만 계곡 실개천 폭포 구름 등이 은은한 색면의 조형으로 조화를 이룬다. 색이 천에 스며들거나 먹이 번지는 효과가 더해져 작품의 분위기는 달빛처럼 부드럽다. 그는 “전통 산수화의 벽을 넘어서기 위한 시도의 하나로 산수는 우리네 자연을 표현했고, 조형은 그 자연을 토대로 마음속에 만들어진 형상”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1982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을 받아 일찍 인정받았다. 그럼에도 특정 경향에 안주하지 않고 실험적 시도를 해 온 끝에 ‘조형산수’의 세계를 창조했다. 그는 “그림은 그려지는 게 아니라 탄생된다”며 “산고의 아픔을 수십 차례 겪지 않고서는 작가의 희열을 느끼기 어렵다”고 말했다.

화집에는 평생 그려 온 1000여 점 중 고르고 고른 끝에 200여 점을 선택했다.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작품은 100여 점밖에 안됐지만 책을 만들기 위해 조금 물러섰다. 그림 중에는 “확 불살라 버리고 싶거나 얼굴을 화끈 달아오르게 하는 것도 많았다”고 한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그는 “화가는 그림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직업으로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큼은 행복했다. 화가처럼 좋은 직업이 없다”며 활짝 웃었다.

허엽 기자 he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