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와 서양화의 접점에서…홍석창 홍익대 명예교수 개인전

  • 입력 2007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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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창 홍익대 명예교수가 최근 선보이는 전시작들에는, 조금 과장해 말하면, 없는 게 없다. 수묵과 채색, 구상과 추상, 전통과 현대, 형상과 비형상, 기운생동(동양)과 액션 페인팅(서양)이 커다란 화면에서 자유롭게 움직인다.

미술평론가 박기웅 씨는 이에 대해 “기존 질서를 다시 보자는 해체주의 경향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불합리한 설명은 아니지만 장르를 잘게 나눠 다시 퓨전하기 때문에 굳이 붙이자면 해체종합주의가 더 어울릴 듯하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30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갤러리 호에서 열리는 전시에서 ‘해체종합론’을 선보인다. 2001년 이후 최근까지 그린 55점을 선보인 전시장에는 100∼300호 크기의 대작들이 길이 22m, 높이 5m인 갤러리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전시작은 ‘해탈(解脫)’ ‘열반(涅槃)’ ‘삼취(三醉)’ ‘난무(亂舞)’ ‘무념무상(無念無想)’ 등 5가지 시리즈로 구성된다. 모두 한지 그림이지만 동양화도 아니고 서양화도 아니다. 홍 교수는 문인화를 그리다 1990년대 중반부터 현재의 경향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는 “동양화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모든 장르의 요소를 탐색해 수용하려고 했다”며 “이런 종합의 기운을 통해 자유로운 작품 세계를 창조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홍 교수는 ‘열반’ 등 대작 시리즈에서 동양화의 근간을 이루는 기운생동, 즉 운필(運筆)의 역동성을 아낌없이 과시한다. 이 작품들 앞에 서면 작가가 붓과 화면을 지배하는 힘을 느낄 수 있다. 후배 작가들은 “홍 교수가 회춘하신 게 아니냐. 젊은 작가들의 힘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한다.

지난해 정년퇴임한 그는 “작가는 늘 새로운 것을 발표해야 한다”며 “후배들의 눈이 무서운 만큼 앞으로 작품 활동을 더 왕성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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