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문인 역사의 상처 껴안다… 제1회 한중작가회의 개막

  • 입력 2007년 4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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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중국 상하이 푸단대에서 제1회 한중작가회의가 열렸다. 한국과 중국 문학의 가교가 놓인 셈이다. 이날 양국 작가들은 서로의 작품을 낭독하면서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상하이=김지영  기자
9일 중국 상하이 푸단대에서 제1회 한중작가회의가 열렸다. 한국과 중국 문학의 가교가 놓인 셈이다. 이날 양국 작가들은 서로의 작품을 낭독하면서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상하이=김지영 기자
《“한중 동시대인 간에 정서적 이해와 공감의 다리를 놓기 위해 문학이 나설 것을 선언합니다.”(소설가 김주영)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상하이작가협회가 후원하는 제1회 한중작가회의가 9일 중국 상하이(上海) 푸단(復旦)대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상처와 치유’라는 주제로 한국 문인 16명, 중국 문인 25명이 참가해 서로의 작품을 낭독·토론하는 대규모 행사다.

양국 문인들이 본격적인 교류를 벌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한중작가회의는 앞으로 10년간 지속될 예정이어서 한국문학이 좀처럼 착근하기 어려운 곳으로 알려진 중국에 본격적인 문학 한류가 흐르리라는 기대가 모아진다.

이번 행사에는 원로부터 신세대 작가까지 참여 작가의 면모도 다양하다. 시인 황동규 정현종 조은 씨, 소설가 오정희 성석제 공지영 천운영 씨 등 한국 작가들과 프랑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페미나상을 수상한 소설가 자핑아오(賈平凹), 소설 ‘허삼관 매혈기’로 유명한 위화(余華), ‘상수리나무 아래서’가 국내에 번역된 시인 수팅(舒정) 씨 등이 참가했다.

김주영 씨는 “서세동점과 냉전체제 아래서 한중 양국은 잠시 소원해졌지만 최근 빠르게 관계가 회복되고 있으며, 과거 중국과의 교류에서 문학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음을 작가들이 늘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행사의 의의를 밝혔다.

‘상처와 치유’라는 주제에 대해 중국의 평론가 천쓰허(陳思和) 씨는 “20세기 중국 문학의 발전 과정에서 ‘문화대혁명’은 피할 수 없는 상처였으며, 옌롄커(閻連科)나 위화 씨 같은 최근 중국 작가들도 근작에 이르기까지 이 상처를 소설화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문화평론가 성민엽 씨는 “군사독재와 반공이데올로기, 도시화, 산업화와 더불어 갈수록 심해지는 사회적 모순 등이 한국소설이 형상화해 온 상처”라면서 “김지하 조세희 황석영 임철우 씨 등의 작품에서 그 상처를 만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오후 황동규 씨의 ‘기항지’를 시인 수팅 씨가, 오정희 씨의 소설 ‘불망비’를 위화 씨가 낭독하고 바이화(白樺) 씨의 시 ‘노래’를 정현종 시인이, 선산쩡(沈善增) 씨의 소설 ‘정상적인 인간’을 소설가 임철우 씨가 낭독하는 등 작가들은 서로의 작품을 읽으면서 우의를 다졌다.

상하이=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 왕안이 상하이작가협회 주석

“中출판시장 커져… 활발한 교류 기대”

“중요한 것은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왕안이(王安憶·사진) 상하이작가협회 주석은 한중 작가회의의 의의를 이렇게 밝혔다. 왕 주석은 1980년대 소설집 ‘비, 부슬부슬’로 이름을 날린 작가. 왕 주석은 “한중 문학이 양국의 독자들에게 널리 읽히기 위해선 좋은 작품이 좋은 번역을 통해 소개돼야 할 것”이라면서 “최근 중국 출판과 인쇄제도의 규모가 잡혀 가는 만큼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인은 대개 내성적인데 한중 작가회의를 통해 자주 만나 서로를 알아 가고 친해지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왕 회장은 “특히 중국 출판이 열정과 활력이 넘치는 등 호황을 누리지만 그렇다고 문학의 호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순문학도 냉혹한 침체기를 겪는 게 사실”이라며 잠시 어두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순문학 작품은 계속 나오고 있다”며 작가들의 창작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왕 주석은 “나는 작가였던 어머니(왕 주석은 1960년대 인기 여성 작가였던 루즈쥐안·茹志鵑의 딸)를 통해 현실 너머에 상상의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말로 문학의 힘이 상상력에 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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