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동아 공모당선작 ‘플라스틱 여인’ 체험적 진실 뚝뚝

  • 입력 2007년 4월 5일 14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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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9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자 김비 씨가 어머니와 끌어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제 39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자 김비 씨가 어머니와 끌어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체험적 진실의 절절함이 묻어나는 ‘플라스틱 여인’

“소설의 많은 부분이 바로 제 이야기입니다.”

수상소감을 말하던 김비 씨는 이 대목에서 또 목이 메었다. 제39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플라스틱 여인’의 주인공 연은 트랜스젠더다. 미용실 보조로 기술을 배우며, 자신의 또 다른 분신처럼 ‘민수’라고 이름붙인 이구아나를 키우고, 틈틈이 작은 화분에 물을 준다. 그리고 남자의 흔적을 버리기 위해 수술을 하고 호르몬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호적만 바꾸면 끝이다. 그것은 가족을 갖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러나 여자의 몸을 얻기 위해 돈이 필요했다. 때로는 몸을 팔았다. 남자들이 돈을 들고 나타났다. 연은 이까짓 몸뚱이가 아니라 가족을 갖고 싶다고 이야기했지만 그들은 가슴을 이야기했고, 연은 사랑을 이야기했지만 그들은 사정(射精)을 이야기했다. “제발, 제발” 하는 연의 애원을 남자들은 “좀더, 좀더”로 듣고 있었다. 처음부터 연에게 가족은 허락되지 않은 꿈인 걸까.

너는 누구니, 너는 누구니

인태가 나타났다. 트랜스젠더라는 것을 알고도 그는 연을 자신의 신부로 맞이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안 인태 가족의 반대는 완강했다. 아니 연이 자신들을 속이려 했다며 분노했다. 그 높은 벽 앞에서 연은 자신이 백 년을 기다리고, 천 년을 빌고 또 빌어도 사람이 될 수 없는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은빛 여우 같다고 생각한다.

“너는 누구니, 너는 누구니.”

남자의 몸을 가지고 있었으니 남자였고, 여자의 옷을 입었으니 여자였다. 남자의 몸으로 똑같은 남자에게 사랑을 느꼈으니 동성애자였고, 수술을 했으니 트랜스젠더였다. 죽은 아버지에게는 아들이었고, 제주도의 엄마에게는 딸이었다. 이(理)사무소 직원이 적어 넣은 종이 위에서는 ‘오민수’였고, 미용실 단골손님들에게는 ‘연희 아가씨’였다. 그 중 도대체 어떤 것이 진정한 ‘연’일까.

음지에서 양지로, 성적 소수자의 문제

문학평론가 하응백 씨는 ‘플라스틱 여인’ 추천사에서 “이 소설에는 체험적 진실이 절실함이 곳곳에서 묻어나오고 있다”며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되 그 운명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주인공의 삶에서 우리는 또 다른 형태의 아름다운 인생을 보게 된다”고 했다.

문학성 인정받은 여성동아 장편소설

‘플라스틱 여인’은 2007년 2월 동아일보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동아일보사는 제1회 수상작인 박완서 씨의 ‘나목’ 이래로 매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을 단행본으로 펴내고 있다. 특히 2006년 수상작인 이근미 씨의 ‘17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우수도서,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 추천도서 등으로 선정되어 엄마와 딸 또는 아들이 함께 읽어야 할 청소년 문학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김현미 출판팀 기자 khmzip@donga.com

<플라스틱 여인> 인터넷 서점 독자 서평

[반디앤루니스]

▣ 삶이란 슬픔의 결정체일지도...

김의경(hoho) 20070317

너무 예쁜 표지. 하지만 소설은 예쁘다 못해 슬프다. 작가가 실제 트랜스젠더라는 말을 미리 들어 알고 있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 소설이 참으로 여성적 감수성으로 넘친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섬세한 감성은 독자가 작중인물의 아픔을 가슴 깊이 느끼도록 만든다. 얼마나 많은 슬픔을 겪었을까. 그녀의 아픔들이 종이를 통해 전해져 올 때마다 책장을 덮고 싶었다. 남의 상처를 알게 된다는 것은 조금 창피한 일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으므로. 체험이 바탕이 된 자전적 소설이라 이 소설이 더 가치 있는 것 같다. 작가는 자신의 슬픔을 과장하지도 축소하지 않고 담담히 들려준다.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소설이다.

▣ 플라스틱 여인...

장경순(apostle015) 20070305

체험적 진실의 절실함이 곳곳에서 묻어나오고 있는 작품으로 체험한 인생의 신산한 슬픔을 겪은 자의 절실함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다. 주어진 운명도 받아들이되 그 운명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주인공의 삶에서 우리는 또 다른 형태의 아름다운 인생을 볼 수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 트렌스젠더.

hayun0307 2007-03-16

얼마전 하리수가 결혼을 한다는 기사를 봤다. 트렌스젠더라 하면 이젠 더이상 이상한 눈으로 보는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아직은 낯선 느낌.

그런 여자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다. 트렌스젠더로서의 삶과 생각들 사회적 편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나름대로 재미도 있다.

[알라딘]

▣ 플라스틱

육식공룡 2007-03-24 23:55

김비의 첫 소설집 나나누나나를 읽으면서, 단순히 소수자의 목소리를 전한다는 이유만으로 객관적으론 수준 미달인 소설을 발표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신인 작가의 첫 소설집이란 뛰어난 작품과 범작이 섞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의 첫 장편이자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 플라스틱 여인을 읽었을 땐, 뭐랄까. 아, 이 사람은 소설을 쓰길 잘했구나, 덜 익은 소설을 읽어준 보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글에서 느껴지는 단점: 후훗, 큭 등의 감정 표현, 자의식 과잉, 끈적끈적한 감성은 느새 글이 간직하고 있는 사건의 무게, 진정성의 문제로 옮겨가 글에 몰입하게 만든다. 재밌게 잘 읽힌다. 그리고 약간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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